▶ 엔저에 지갑 연 외국인, 내수 살리는 구원투수
▶ 일본 정부, 면세대상 확대 등 정책지원도 병행
달러 당 120엔 안팎의 엔화 약세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중국을 필두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엔저로 여행 경비와 제품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외국인들의 씀씀이도 커져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소비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 급증했다.
일본 가계소비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열린 지갑’이 일본 경기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엔저로 불이 붙은 관광호황을 이어가기 위해 일본 정부도 면세점 수와 중·일 간 항공편 수를 대폭늘리는 등 정책 동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일본으로의 관광객 유출을 막기위한 한국의 대응마련이 시급하다.
▷ 4월 외국인 관광객 사상 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달 일본백화점 업계의 외국인 면세품 판매액이 총 197억5,000만엔으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3.2배나 뛰어올랐다고 20일 보도했다. 한 달 매출기준으로는 사상 최대규모다. 한 달 사이 일본백화점을 찾은 외국인 수도 1년 전에 비해 3배 급증한 24만1,000명에 달했다. 이 기간 백화점 전체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3.7%를 기록하는 호조를 보인데는 엔저를 틈타 일본에서의 값싼 샤핑에 열을 올린 외국인들의기여를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50억엔 안팎에 그치던 외국인들의 백화점 샤핑금액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일본은행의 2차 금융완화로 달러당 110엔을 밑돌던 엔·달러 환율이 10월 이후 120엔까지 치솟는 등 엔화 가치가 하락한 데다 같은 달 일본 정부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면세대상 품목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봄철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관광객 유입에 한층 속도가 붙었다. 이날 일본 관광국(JNTO)은 4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동월 대비43% 늘어난 176만명을 기록해 3개월 연속으로 사상최다 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엔화 약세로 지갑이 두둑해진 외국인 관광객들은 적지 않은 돈을 풀며 일본 내수경기를 살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일본을 찾은 413만명의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쓴 돈은 전년 동기 대비 64.4% 늘어난 총 7,066억엔으로 역대 최대규모에 달했다. 일본 가계소비가 다소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 미만의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고 일본 근로자들의 실질임금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엔저에 힘입은 외국인들의 소비가 일본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발표된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경상수지 흑자폭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데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급증으로 여행수지가 1959년 이래 55년 만에 첫 흑자를 기록한 것이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 관광객 소비 64% 급증
특히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은 일본의 엔저 발 관광호황을 주도하는 ‘큰손’으로 남다른 씀씀이를 과시하고 있다. 유커들은 2012년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이후 중·일 감정 악화로 한동안 급감했지만 엔화 약세로 환율조건이 크게 유리해진 데다 일본 정부가 중국인에 대한 비자발급 조건을 완화하는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속속 발길을 열도로 옮기고 있다. 올 1분기에 일본을 찾은 유커는 전년 대비 무려 93%나 급증한 92만4,000명. 이들이 일본에서 쓴 돈은 1인 당 30만엔에 달해 전체 평균액(17만1,000엔)의 두 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전제품 박스와 백화점 샤핑백을 한 아름씩 안고 가는 유커들의 모습은 이제 한국보다 일본 곳곳에서 더 눈에 띄는 광경이다.
백화점협회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엔화 약세와 면세제도 확충 등으로 일본에서 사는 편이 더 저렴한 물건들이 많다"며 “위조품이 없고 품질이 확실한 일본에서의 샤핑을 선호하는 의식이 (유커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본 정부도 모처럼의 호황을 이어가기 위한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한국을 찾던 유커들을 일본으로 빼앗길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19일 도쿄 하네다와 중국을 잇는 항공편수를 오는 10월 말부터 현행 8편에서 20편으로 대폭 늘리기로 중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양국 관계가 다소 풀리면서 2012년 보류했던 계획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몰려들면서 2020년 면세점 1만점포 돌파를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내세웠던 아베 신조 정부의 계획은 목표시점을 5년 앞당긴 올 4월에 이미 달성됐다. 4월1일 현재 일본 내 면세점 수는 1만8,779개로 1년 전 대비 3배로 늘어났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