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벌판에 말뚝을
바둑판 중앙에는 천원(天元)이라고 하는 곳이 있다. 노란색의 네모난 바둑판을 보면 검정 줄이 가로 세로 19줄씩 처져 있고 사각형 형태의 모양들을 이루고 있다. 줄과 줄이 만나는 곳을 이름하여 바둑 361로(路)라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361로 그 정중앙에 점이 하나 찍혀 있다. 그곳이 바로 천원이다. 넓고 광활한 우주를 본 따서 이름을 붙인 것으로 말 그대로 하늘의 중심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 점을 중심으로 4귀와 4변에 검은 점이 찍혀 있다.
바둑은 궁극적으로 집이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경기이다. 집을 짓기에는 4귀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4변으로 대부분의 바둑 포석의 시작은 4귀를 차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우주류의 창시자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9단은 황량한 중앙에다 집을 짓는 것을 좋아한다. 상대가 열심히 귀와 변에다 집을 짓고 세력을 쌓아도 아랑곳 하지 않고 광활한 중앙 황무지에다 말뚝을 박는 것이다.
중앙은 사통팔달의 허황한 대지다. 아무대고 말뚝 박는 사람이 임자다. 하지만 어떠한 공격과 침입에도 바람을 막아줄 방어벽은 찾을 수 없다. 방벽이 없으면 어느 날 무단 침입자가 침입을 한다고 해도 물리칠 수 있겠는가.
최고의 방어는 공격
그러나 반상위에 돌이 늘어나고 각자 확보한 영토의 경계가 정해질 때가 되면 중앙의 황량한 대지 위에도 깃발이 올라간다. 어느새 곳곳에 말뚝과 성벽을 세워 광활한 땅을 확보한 것이다.
중앙 전체가 상대의 집으로 변하면 승부는 이대로 끝나게 된다. 갑자기 상대는 무서운 예감이 든다. 설마 했던 중앙에서는 적군의 깃발이 펄럭이고 이대로 상대의 집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게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창을 높이 들고 중앙으로 쳐들어가야 한다. 드디어 침략군과 방어군의 사생결단의 대전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중앙을 놓고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전투가 벌어진다. 이 한판의 승부로 엄청난 명예와 상금이 걸려 있다. 수백만 명의 전 세계 바둑 팬들이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주류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우주류의 원류는 자연
수비군의 전략가는 우주류의 창시자 다케미야 9단이다. 벌써 일본의 최고의 타이틀인 혼인보(본인방)를 6번이나 움켜쥐었고 일본 최초의 공식 세계바둑대회인 후지쓰 배를 2연패한 최고의 프로기사다.
공격군의 선봉에는 일본 바둑계를 석권한 한국의 조치훈 명인이 있다. 1980년 중반부터 90년대 이르기 까지 일본의 자존심인 본인방 타이틀을 놓고 벌어진 대혈전이었다.
이름조차 신비한 우주류라는 기풍으로 깃발을 세우고 중앙을 중시하는 바둑만으로 근대바둑의 새로운 개념을 창조한 다케미야 9단이다.
바둑이 생겨난 지 반만년이 흐르는 동안 중앙은 공배라고 하여 포석에서 제외되었던 시절이었다. 그런 선입감을 과감하게 없애고 최고의 큰 시합에서 어느 한 번,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전략으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그래서 다케미야(64)의 인기는 전성기가 지난 현재까지도 사라지지 않는다.
20세기 세계 바둑의 최고 기사를 뽑으라면 다케미야를 아는 세계 바둑 팬들은 서슴없이 그를 뽑는다. 일본인들의 영웅이며 일본 바둑의 자존심으로 세계 바둑사에 길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다케미야의 우주류에는 낭만의 빛이 있다. 우주류의 본류는 자연의 이치로 만들어진 것이다, 라며 나는 그저 바둑판에서 우주를 찾아보는 것을 즐긴다고, 그는 말한다.
바둑용어
천원 - 바둑판 중앙에 찍혀있는 점
4귀 - 좌상귀, 좌하귀, 우상귀, 우하귀
4변 - 우변, 좌변, 상변, 하변
공배(空排) - 바둑둘 때 실익과는 상관없는 곳
포석(布石) - 바둑둘 때 요처를 선점하는 방법
풍운재 최환정(Charles Choi)
미국바둑협회(AGA) 공인 7단
워싱턴바둑동호인회 회장
choi15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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