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 원정서 첫 외야안타 ‘반전의 시작’ 알려
▶ 쇼월터 감독도“내가 원하던 바로 그 타격”칭찬

김현수는 마침내‘김현수다운’ 안타를 쳐내는 등 서서히 영점을 잡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가장 ‘김현수다운’ 안타를 쳐내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김현수는 14일 텍사스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팍에서 벌어진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경기에 3-6으로 뒤진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등장했다.
역전의 불씨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었다. 김현수가 헛스윙으로 볼 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 몰리자 텍사스 홈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마무리 투수 숀 톨레스에게 박수를 보냈다. 김현수는 톨레스뿐만 아니라 깔끔한 경기 종료를 원하는 2만여 레인저스팬들과도 외롭게 싸워야 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동요 없이 몸쪽과 바깥쪽 깊은 곳을 찌르는 유인구 2개를 침착하게 골라내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톨레스의 6구째 가운데 낮은 코스로 들어온 시속 93마일짜리 빠른 볼을 힘껏 잡아당겨 총알 같은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수비 시프트로 1루 베이스 쪽으로 약간 수비 위치를 옮긴 2루수 루그네드 오도르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타구가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 그 정도로 타구는 쏜살같았다.
이 한 방으로 김현수는 경기의 승패가 이미 결정돼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기회를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타석으로 만들었다. 사실 김현수가 안타다운 안타를 쳐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혹 잘 맞은 타구가 외야수에게 잡힌 적은 있지만 안타를 기준으로 했을 때 김현수는 지금까지 내야 안타가 전부였다.
김현수가 시범경기 초반 23타수 무안타에 허덕이다가 그 이후에 나선 22타수에서 8안타를 쳐냈음에도 오히려 입지가 위태로워진 것도 타구의 질 자체가 워낙 나빠서였다. 댄 듀켓 단장과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가 안타를 칠 때도 아웃을 당할 때도 타구 자체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자 김현수는 가망이 없다고 단정했다.
둘은 김현수의 방출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고, 김현수에게 타석 기회조차 주지 않으며 마이너리그행을 종용했다. 김현수는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행사해 개막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지만, 개막전에서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그토록 바라던 ‘꿈의 무대’에서 벤치만 지켰다. 하지만 김현수는 주저앉지 않았다. 제한적인 기회에서 멀티 히트와 멀티 출루에 이어 이번에는 외야로 뻗어 가는 시원한 안타를 쳐냈다.
그동안 김현수는 조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의 스윙을 하기보다는 공을 갖다 맞히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공을 받쳐놓고 때렸다. 오죽했으면 쇼월터 감독이 “내가 원하던 바로 그 타격”이라고 칭찬할 정도였다.
김현수는 만족할만한 안타를 쳐내고 나서도 누상에서 표정에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김현수는 그동안의 시련으로 더욱 단단해진 듯 보였고, 서서히 영점을 잡아가는 모습이었다.
오리올스는 이번 주말 레인저스와의 원정 4연전 시리즈 후 하루를 쉬고 1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13일 연속 경기를 치르게 된다. 김현수에게 어떻게든 기회가 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의 이날 타격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 “그(김현수)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기회를 줄 것이며, 팀에 공헌할 기회도 주겠다”고 약속했다. 김현수는 현재까지 단 3경기에 나서 8타석 6타수 3안타 2포볼로 타율 .500, 출루율 .625를 기록하고 있다. 김현수가 앞으로 써낼 반전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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