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醫學)이라는 단어에 대한 백과사전의 정의는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조사하여 인체의 보건, 질병이나 상해의 치료 및 예방에 관한 방법과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나와있다. 이는 즉, 의학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과 ‘예방하는 방법’, 이 두가지에 있음을 의미한다. 서양의 자연과학과 뿌리를 같이하는 ‘현대의학’이 이 두가지 중, 특히 ‘치료`에 그 중점을 두고 발전해 왔다면, 동양의 ‘한의학’은 치료보다는 ‘예방’에 그 연구의 중점을 두었다는 점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현대의학에서는 치료에 중심을 두기에 암과 같이 ‘이미 너무 깊어져 치료가 어려운 병’을 잘 고치는 것을 ‘명의’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한의학에서는 ‘애초에 병이 커지거나 시작되지 않는 몸상태’를 유지시킬 수 있는 것을 ‘명의’의 기준으로 보았다. 이렇게 큰병을 고치는 것보다 작은 병을 고치는 이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작은병을 고치기 보다도 아무것도 고칠 필요가 없는 이를 더 훌륭한 의사로 보는 독특한 관점이 바로 한의학의 정수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이미 온 병을 치료하기보다 병이 오기 전에 미리 치료하는 방식을 따로 일컫어 치미병(治未病)이라 하였는데, 이 과정은 현대의학의 예방의학과도 그 추구하는 방향이 많이 다르다.
우선,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예방의학이 질병 자체에 그 초점을 맞춘다면, 한의학에서의 치미병은 몸 자체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감기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면, 현대의학에서는 특정 병균의 특성에 맞춰 ‘그 특정 질병에 대항하는 항체를 형성하기 위한 백신’을 투여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어떠한 질병이든 우리 몸의 허약한 부분을 타고 들어온다는 관점하에, 몸의 허약한 부분을 미리 살펴 병의 통로를 차단하는 방법을 취한다. 즉, 한의학에서의 치미병이란 병인에 상관없이 우리 몸 자체의 균형을 회복하여 병에 걸리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이 치미병의 대표적인 치료법 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보약이라 할 수 있다.
흔히 기운을 복돋아 주고 입맛을 좋게 해주는 약 정도로만 생각하던 보약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허약해져버린 우리 몸의 상태를 보강해 주어 병이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사전에 차단하는 적극적인 치료수단이 되는 것이다. 특히 격무와 스트레스에 자주 시달리는 현대인은 그만큼 몸의 균형이 깨어진 상태가 되기 쉬운데, 이럴 때 소극적으로 병이 발생할때까지 기다렸다 치료하는 것 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보약과 같은 수단을 통해 병의 침입을 사전에 막아내는 자세가 더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보약은 시기에 따라 맞춰 먹는 것보다는, 내 몸이 필요하다 느낄때 먹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보약은 봄, 가을에 먹는 것’이라는 속설은, 무더운 더위로 땀을 많이 흘려 기력이 쇠진해지기 쉬운 여름철과 추위로 인한 운동부족으로 몸이 약해지는 겨울철을 대비하여 몸이 약해지기 이전에 미리 미리 보강해 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온 것이지, 보약이 특별히 봄, 가을에 유독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래서 꼭 봄.가을이 아니더라도 몸의 기능이 약해졌거나 기운이 허해졌을 때라면 계절에 관계없이 언제라도 보약을 쓸 수 있다.
문의 (703)942-8858

<정호윤<예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