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여성환자가 점차 심해지는 두통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는 여러가지 약물치료 및 주사치료를 다 해보았지만 지금까지 뚜렷하게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환자는 자신의 상태에 침치료를 받아 보는 것이 어떠냐며 필자에게 자문을 구해왔다. 환자는 너무나 오랜동안 두통으로 고생해온지라 지푸라기라도 잡아본다는 심정으로 한의원에 가서 침치료를 받아보는 것은 어떤지, 침치료가 두통에 효과가 있는지를 진지하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다른 의사 선생님들에게 똑부러진 답을 못 들어서 더욱 궁금하다고 하면서 필자가 과거 한의사였다는 사실을 듣고 자문을 구해본다고 하였다.
필자의 지식으로 지금까지 대략 거의 30가지 이상의 두통의 침의 효과에 대한 임상연구가 유수의 의학저널에 발표되었다. 영국의 권위있는 임상 저널인 란셋 신경과(Lancet Neurology)를 비롯하여, 미국 의사협회의 공식저널인 JAMA(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국제두통학회 공식저널인 ‘두통(Cephalalgia)’ 등에서 침의 두통에 대한 임상적인 효과를 검증하였다.
필자는 의과대학에 입학하기전에 한의과대학을 마치고 한국에서 한의사로 개업했던 특이한(?) 이력이있다. 또한 필자는 과거에 근무했던 미국의 저명한 두통클리닉에서는 두통환자에 대한 침치료를 기존의 의학적치료와 병행한 수많은 경험도 있다. 2013년도에 캐나다 가정의학회 저널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임상연구에서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를 지적하고 효과가 있다고 말하고있다. 즉 한의학에서 말하는 경락상의 경혈점에 침을 놓을때 뿐만아니라 경락 또는 경혈이 아닌 무작위 자리에 침을 삽입하여도 동일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것을 관찰하였다. 혹자는 “치료적 플라시보 효과(Therapeutic placebo)”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아직까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기존의 침치료가 효과는 있되 꼭 전통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치료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점이다. 자세한 연구방법 및 결과는 지면 관계상 여기서 더 언급할 수는 없을 것같다. 하지만 본 환자의 경우 필자의 의견은 당연히 침치료를 시도해보라는 것이었다.
침이 어떻게 인체에 작용하는가 아직도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애석하게도 침치료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동양에서 보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의 주도로 이루어져 왔다고 말할 수 있다. 흥미로운 일화 중의 하나로 1971년 닉슨 미국대통령의 중국방문 중 수행했던 뉴욕타임즈 기자가 충수돌기염(맹장염)으로 쓰러졌을 때, 중국의사들은 이 기자를 침술로써 마취를 시행하여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으며 또한 수술후 통증 또한 침술을 통해 조절함으로써 침술의 신비함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 인해 서양세계의 침술 및 중국의학(또는 한의학)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시작되었고 이후 많은 침에관한 많은 과학적 사실들이 밝혀지게 된다. 신경내과전문의이자 신경과학(Neuroscience)을 전공한 사람으로 필자를 매료시켰던 흥미로운 사실은 침의 효과가 신경계를 통하여 발휘된다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마도 다음 기회로 돌려야 할듯하다.
끝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침술은 만병통치약(panacea)이 될 수는 없으나 여러가지 치료 중의 한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도구임에 틀림없다는 점이다.
문의 (703)277-3360
<임정국 신경내과 전문의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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