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본보는 ‘미국사’ 중에서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초기 역사와 미국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 전환점이 된 주요 장면을 편집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미국에 살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적합한 기후라 쉽게 적응
불과 5세기 전만 해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가 아메리카라고 부르는 대륙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 그 곳은 항해사들이 감히 뛰어넘을 엄두를 내지 못했고 방법도 없던 거대한 대양이 가로막아 유럽과 아시아 문명권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런데 중대 사건, 즉 탐험가들이 이 처녀지를 발견하면서부터 실험의 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메리카의 기후가 유럽인에게 적합하지 않았다면 이 발견의 성과는 그리 대단치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기껏해야 농가 몇 채가 들어선 개척지가 군데군데 생기는 정도가 아니었을까. 점점 현지 사정에 밝아진 유럽인은 아메리카의 기후에 쉽게 적응했다. 계절의 변화가 급격하고 날씨도 유럽보다 변덕스러웠지만 이주민들은 대체로 고국에서보다 더 건강하게 지냈다. 애당초 고단한 항해를 견디고 미지의 땅에 적응할 각오를 다진 사람들인 만큼 이주민들이 원기 왕성한 것은 당연했다.
-곡식 드문 유럽과 달라 풍요
식량 부족이라는 위험은 처음부터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곡식이 드물었던 유럽과 달리 아메리카 대륙에는 인디언이 재배하는 훌륭한 토산 식물이 있었다. 여기에다 울창한 숲이 과실과 동물을, 바다가 물고기를 제공했다. 따라서 옥수수나 물고기가 아니라 금과 은을 구하려는 탐욕과 무지에 빠져들지 않으면 초기의 이주민이 굶주림으로 죽을 일은 없었다. 기후는 백인뿐 아니라 유럽에서 옮겨온 소, 돼지, 염소 등에게도 적합하여 모든 가축이 급속히 번식했다. 더불어 대서양 연안의 울창한 삼림지대는 가옥과 선박을 건조할 자재를 거의 무제한으로 제공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적의 대륙에 인류에게 필요한 광물, 석탄, 석유 등 온갖 자원이 있음을 발견한 이주민의 후손들은 그 대륙이 개발할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부해안은 접근 용이
아메리카 대륙은 지리상 유럽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어 진입하기에도 쉬운 곳이었다. 특히 신세계의 동해안은 천연 항만과 배가 드나들 수 있는 하천이 많았고 수심도 깊어 항해자의 접근이 용이했다. 배후에 구릉지가 있긴 했지만 험하지 않아 백인들의 전진을 크게 방해하지 않았다. 만약 이 지역이 캘리포니아처럼 험준한 산맥으로 가로막혀 중부 평원지대로 나아가기가 힘든 곳이었다면 오늘날 미국이라는 나라의 발전은 훨씬 더뎠을 것이다. 동해안은 물건을 배로 실어 나르기에 편리한 하구가 많았고 이러한 자연 조건은 주민들이 쉽게 정착하도록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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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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