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다보니 한국에서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말도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한 이야기할 때 그렇다.
아이가 한글학교에서 삼일절 행사를 하고 돌아와 삼일절이 무엇인지, 유관순 언니가 누구인지를 물었다. 나는 그저 한국사람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고 우리가 결국 독립을 해서 일본을 이겼다고 말해 주었다.
아이가 갑자기 “내일 학교에 가서 OO에게(일본 아이) 이야기해 주어야겠네. 일본은 나쁘고 우리나라가 결국 너희를 이겼다고.” 갑자기 내가 잘못 설명해 주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급히 수정해 주었다. 당시는 물론 일본이 나빴지만, 일본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시대의 흐름상 그랬었다고. 하지만 킨더에 다니는 아이는 몇번을 설명해도 이해할 리 만무하다. 결국 “암튼 학교 가서 그런 이야기 절대 하지마”라고 윽박지르며 끝을 냈다.
아무리 한국사람으로 일본의 과거사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멜팅팟(Melting pot)의 나라인 미국에 살고 있기에 이런 교육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반은 멜팅팟에 걸맞게 한국, 인도, 중국, 일본, 루마니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캐나다, 러시아 등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교에서도 ‘다문화의 밤’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하여 아이들에게 다앙한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이것은 나에게도 그들 나라의 문화, 정치, 역사 등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에 대해 배우려는 생각보다는 어느 나라 사람은 어떠하더라 등 뒷이야기 거리만을 찾아 친구들과 버젓이 아이 앞에서 이야기했고, 이것을 잘못이라고 느끼기보다 오히려 많이 겪고 아는 양 이야기해왔다.
아이가 자라면 판단력이 좋아지고 이런 교육에 대한 고민은 덜 할지 모르지만, 나름의 글로벌 에티켓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누군가를 만날 때, 머릿속에 있는 민족성 틀에 맞추어 그 사람을 바라보지 않고, 그들의 문화나 역사에 대한 것을 배워보려고 한다. “Respectful, Responsible and Safe!”, 아이의 학교에서 조례시간에 하는 구호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우리도 가져야 할 에티켓인 듯싶다. 다른 민족과 그 문화를 존중하고, 우리의 멋진 문화를 그들에게 알리는 책임을 가지고 모두가 안전하고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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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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