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둘러보고 찾아봤지만, 그가 머물 수 있는 작은 공간은 아무 데도 없었다. 아!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야 하는가, 뜨겁게 내리쬐는 더위 속에서 그는 망연자실 나무 밑에 앉아 허공을 바라본다. 그리고 서글픔이라는 것이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보다 더 뜨겁게 가슴에서 배어 나온다. 밤에는 공원에서 잠을 자고 낮에는 길거리를 헤매며 사는 그들, 누구나 자신들만이 간직한 사연도 있겠지만, 이미 그것은 과거 속에 묻어버리고 지금 겪어야 하는 이 고달픔으로 그들의 눈망울이 풀려있었다.
반찬도 별로 없는 김치 한 조각으로 그는 배를 채우며 “밥 좀 더 먹을 수 있을까요?”라며 쳐다보는 그의 눈가가 애처롭게 가슴을 헤집는다. 말 그대로 ‘노숙자’가 되어 문간을 기웃거리던 그는 어찌할 줄 모르며 아마 “이제 밥을 다 드셨으면 가시지요.”라고 할 것만 같아 노심초사 눈치를 살핀다. “오늘 저녁은 어디서 주무실 건가요?”라고 물으며 차를 대접하니 “길거리에서 자다가 경찰한테 걸렸어요. 쉼터에서 잠깐 지내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거기서 계속 있을 수도 없어요”라고 말하더니 “뭐 어떻게 되겠지요.”라며 배시시 웃는다.
“낮에 갈 데가 없으시면 우리 사무실로 오세요. 반찬은 없지만, 오셔서 점심 드세요.”라고 하자 그는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뜨며 “정말 그래도 돼요”라고 하더니 허리를 구부려 절을 한다. 그리고 그는 우리 사무실의 단골손님이 되어있었다.
태양이 내리쬐는 시간, 비가 오는 그 시간이면 그는 머쓱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리고 한 쪽 의자에 앉아 피곤한 심신을 다독거린다. 어떻게 해 볼 수도 없고, 어떻게 할 도리도 없는 그들, 갈 곳 없어 방황하는 그들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도 힘을 내시고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간 좋은 날도 올 겁니다”라며 위로랍시고 하는 말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도 이렇게 쉬게 해 주시고 밥도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데요”라는 그의 말을 듣는 뒤통수가 부끄럽기 짝이 없음이 우리의 나눔의 손길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오리라, 아니 꼭 올 것이다. 서글픔으로 가득했던 이 순간의 아픔은 멀리 아주 멀리 사라져 갈 그 날이 꼭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그 한 몸 뉘이고 그 배를 채우며 살아갈 그 날,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빗물을 몸에 맞지 않고도 살아갈 그 날이 꼭 올 것을 믿기에 오늘도 그의 어깨를 다독거린다.
<박춘선 예진회 봉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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