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년 만에 찾아간 고향땅.
댐(Dam)에서 건져 올린 고향마을을 들여다보고 있다.
물에 갇히기 전 동네 어귀에 세워진 느티나무.
댐은 이것마저 통째로 삼켜버렸다.
동네 이름까지 물속에 빠진 고향에 지금 나 홀로 살고 있다.
사립문으로 통하는 낡은 돌담길. 가을 담장이 넝쿨째로 눈부시게 빨아들인 길. 외양간 여물통에서 아직도 들리는 점박이 소 울음소리. 소꼴 베며 틈틈이 개구리 잡아 움켜쥐고 오던 고래실 논 자리는 지금 어디쯤 일까. 한낮엔 햇볕으로예서 살던 우리식구들 등허리를 덥혀주며 종일 지친 몸 풀어주던 구들장. 굴뚝 형태 아직도 반듯하여 지금도 불 때면모락모락 연기 피어오르며 방바닥 따스해질 것 같은 초가집. 섬돌 위엔 신발 두 켤레 가지런히 놓여 있는 듯하다. 새색시 수줍음 내려앉은 우물터자리. 그 옆에 우뚝한 감나무는 여름날 식구 모르게 밤늦게 나와 고쟁이까지 벗고 목욕하던 내 누이 몸매 지켜보던 수줍음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려나.
장마 지면 또 갇힐 내 고향마을. 떠나간 사람들 그리워 내 뻗기만 하는 칡넝쿨, 큼직한 잎사귀 이어진 상처마다 손 어루만져주는 보라색 꽃망울이 가끔씩 울음으로 터지고 있다. 물속에 남아있는 내 고향을 움켜쥐고 내오려는 듯 사마귀 한 마리칡 잎 위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이제는 고향을 떠나야할 시간.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아랫도리를 감싸 쥐고 나를 환송한다. 그들은 그 모습대로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코흘리개로 집과 함께 누렇게 허물어지고 있다. 물결이 살랑거리는 빈 마당에 저녁노을이 가득 쌓이고 있다.
<이봉호게이더스버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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