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유리창 왼쪽에 철이른 갈색 낙엽이 윈드 스크린 와이퍼에 끼어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안스럽게 팔랑거리다가 갸날픈 안도의 숨을 몰아쉬기도 한다. 저 낙엽도 한 때는 어린 새싹되어 맑은 공기 마시며 하늘이 주시는 단비와 따뜻한 햇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 마냥 푸르름을 자랑하며 자랐을텐데…
완연한 초가을이다. 고요한 아침에 뿌듯한 행복이 꿈 속처럼 맴돈다.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문득 셰익스피어의 시구를 생각했다. “사는 것, 잠자는 것, 죽는 것, 이 모두가 꿈이 아닌가! 그렇다, 그것이 문제로다, 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여름은 꿈처럼 지나갔고 가을은 하늘 가에 물들고 있다. 어김없이 가을은 갈 것이고, 계절만의 겨울이 아닌 내 생의 겨울도 꿈처럼 올 것이다. 이 가을엔 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문제를 숙고하고 싶다.
십여년전 4월 처음으로 파리를 방문했을 때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급히 두리번거리며 일행과 공원을 지나가는데,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독서 삼매경에 빠진 거지를 보았다. 제법 쌀쌀한 날씨여서 남루한 옷차림이 추워 보였던, 그 거지의 풍경이 에펠탑이나 루불 박물관의 웅장하고 화려한 정경 못지않게 지금도 생생히 인상에 남아있다. ‘독서하는 거지, 파리의 낭만’ 하고...
독서하는 생활은 날 변화시키고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힘을 준다. 책 속에서 나에게 의미가 되는 한 구절만이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어려움과 두려움도 극복할 수있는 용기가 생긴다. 소멸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두려움을 떨치게 만든다.
실바람에도 외로움이 느껴지는 계절, 이 가을엔 책을 읽고 나무가지에 홀로 앉은 새를 벗삼아 사색을 하면서 국화꽃처럼 은은한 가을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 영국의 계몽가이며 철학자인 존 로크는 “독서는 다만 지식의 재료를 공급할 뿐 그것을 자기의 것이 되게 하는 것은 사색의 힘” 이라고 했다. 깊은 뿌리를 가진 만물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게 해준다.
인생은 영적 싸움이다. 종교서적도 읽고 사색하며 선한 싸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진정한 종교는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한다. 나눔과 베품에 행복이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모든 일에 감사하게 한다. 성경은 영혼을 일깨워 준다. 암흑의 미궁에서 영원을 밝혀준다. 해가 저무는 노을을 여유 있는 미소로 보낼 수 있고, 내가 향하고 있는 이 길을 향기롭게 느끼며 맞이할 수있다. 아름다운 삶이 되고 있는가 자문하면서 인생의 가을을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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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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