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대선후보 경선 때 박 씨의 대변인이었던 전여옥 씨가 박 씨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면서 이 씨 캠프에 합류했을 때 많은 욕을 얻어먹었다. 그런데 전 씨는 예리한 통찰력과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현 박근혜의 위기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가 투표권자들의 표수로는 힐러리 클린턴 보다 뒤졌지만 헌법상의 간선제도인 선거인단의 표수로는 538명 중 306명이 트럼프를 지지, 12월19일 선거인단에 의해 대통령 당선이 공식화 될 예정이다.

미국 투표권자들의 대다수는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간주해왔다. 공화당 역대 정부 외교 안보전문가들이 선거가 있기 전 트럼프는 ‘위험한 대통령’이 될 것이기에 그를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사실만 보아도 그렇다.

따라서 선거인단 538명이 실제로 표를 던질 19일에 청천벽력 같은 돌발사태가 생기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밀턴 선거인들(Hamilton Electors)’이라고 자칭하는, 주로 민주당 인사들은 공화당 선거인들이 (트럼프에 표를 던지겠다는) 언질을 변절하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단다. 클린턴에게 표를 던지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민주당 선거인들과 합세해서 미트 롬니나 존 케이식 같은 공화당 인물을 트럼프 대신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이들을 해밀턴과 연계시키는 이유는 미국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이 미국 독립 당시에 서술한 논문 때문이다. 투표권자들이 반드시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게 아니고 선동가나 거짓약속을 하는 사람, 즉 자격 없는 사람을 뽑을 가능성이 있기에 선거인단이 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평민들의 그릇된 판단을 뒤엎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취지이기에 어느 의미에서는 교육 받고 재산이 있는 엘리트 정치의 한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트럼프의 306명의 선거인들 중 37명만 마음을 돌린다면 538명의 과반수인 270명 보다 하나 모자라서 트럼프는 대통령이 못 된다는 시나리오이지만 “글쎄올시다”가 아닐까 싶다. 현재로서는 텍사스의 크리스토퍼 수푸런 씨 하나만 트럼프에게 표를 안 던지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보수계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의 마이클 캐넌 연구원은 포스트 기고문에서 선거인단 투표결과로 트럼프 당선을 무효화 시키려면 클린턴이 극적인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밀턴 선거인들’ 주장대로 37명이 트럼프를 버리더라도 그 결과 연방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하면 트럼프를 뽑을 터이니 도루묵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클린턴은 자기를 찍겠다는 232명의 민주당 선거인 모두를 방출, 트럼프가 아닌 공화당 인사를 선출하겠다고 하여 누군가가 270표를 획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만약 그 같은 돌발사태가 발생한다면 트럼프 당선에 앞장 선 백인 소외계층 특히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어찌 나올지 생각만 해도 아찔한 현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대통령 당선자로서 트럼프의 행적은 역시 그가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 시킨다. 기후변화가 가짜 과학에 입각해 있다고 열변을 토했던 사람이 지구온난화 정설의 대부인 알 고어 전 부통령을 만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더니 이후 이틀도 못돼 환경보호청(EPA)을 고소했던 어느 주 검찰총장을 EPA 청장으로 발탁한 것이 한 예다.

트럼프 정부가 즉흥적이며 모순된 외교 안보 정책들을 쏟아 낼 것을 생각하면 세계 각국의 정부들이 당혹해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정상에 올라 큰 홍역을 치른다는 느낌이다

<남선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