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포들의 애국심이 이와 같이 열렬하매”
▶ ■1950년 장면 대사의 신년사
“다사다난하던 무근해도 어느듯 지나가고 희망에 빛나는 새해를 맞이함에 있어 동천에 태양 같지 떠오르는 우리 대한민국의 찬란한 광영을 칭양하며 재미동포 여러분께 신년인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해마다 새해를 맞으면 주미 한국대사의 신년사가 신문을 장식한다. 조국의 발전상을 소개하며 동포들에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고 한미동맹에 더 기여해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주미대사의 첫 신년사는 1950년 장면 초대 대사(사진)로부터 시작됐다. 장 대사는 그해 1월7일 재미동포 신년사를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 내에 동포신문이 없어 한국의 언론에 신년사는 소개됐다. 모 신문 1월7일자 1면에 보도된 신년사는 앞서의 인사말에 이어 대한민국의 정부 수립과 국제적 승인 과정을 소략한다.
조국의 발전상 소개→자긍심 강조→한미동맹 기여 강조
“하느님의 보우하심과 선렬 애국지사들의 피와 땀과 우방 여러 나라의 협조로 우리 민국은 기미운동 이십구년 만인 제작년 팔월 십오일에 당당한 독립국가로 국권회복을 세계에 선포하였고 그해 십이월 십이일에는 파리 유엔총회에서 사십팔 개국으로부터 우리 정부가 국제 승인을 받았으며 작년 정월 초하루날 미국으로부터 법적 승인을 받은 이해 지금까지 이십육 개국의 승인을 받아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는 반석 같은 기초에 서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을 이룩한 신생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이 읽혀진다. 철자법도 요즘과는 차이를 보인다.
장 대사는 또 한국의 사정을 재미동포들에게 전한다. “지금 내지에서는 동포 제위의 불같은 애국심으로 온갖 고통과 불편을 무릅쓰고 열렬한 희생적 정신으로 산업 증진과 국방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 해방 당시보다 몇 배의 생산이 늘어가고 있으며 해군장병들은 월급을 푼푼히 모아 경비함을 한 척 사기로 헌납하여 이번에 태극기를 휘날이며 태평양을 건너가게 되엇고 일반 민간에서는 비행기 헌납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져 밥을 굶어서까지 열성의 헌금을 바치는 현상이며 국군장병은 용감하고도 씩씩하게 반란도배를 토벌하고 국가의 간성으로 충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내동포들의 애국심이 이와 같이 열렬하매 우리나라의 앞길은 실로 희망에 차고 광영에 찰란한 바가 있습니다.”
해군의 경비함과 민간의 비행기 헌납운동의 열기를 소개하고 여순사건과 제주 4.3사건 같은 ‘반란도배’ 토벌 소식도 전하고 있다.
장 대사의 신년사는 그러나 뒷부분이 생략된 채 여기서 끝을 맺고 있다. 지면 사정상 더 싣기 어려웠듯 싶다.
장면 대사가 첫 신년사를 발표한 건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다음 해인 1949년 1월 주미대사로 부임한 이듬해였다. 그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51년 2월까지 주미대사로 봉직하며 유엔과 미국의 지원을 얻어내는데 크게 기여했다. 귀국해서는 국무총리를 맡기도 했다.
그의 첫 신년사 이래 현 24대 안호영 대사에 이르기까지 신년사는 수미일관의 모형을 유지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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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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