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남부와 북부인의 차이
북부와 남부 두 지역은 이해관계 대립보다 연방에 대한 충성 및 감정의 대립이 더 컸다. 양쪽에는 아직까지 신봉해온 사상의 가치에 대해 절대적인 신념이 있었다. 남부인은 긴 세월 동안 이어 내려온 우월한 사회를 유지하려고 전력을 다했다. 그들은 노예해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노예제도를 비난하는 것은 일종의 위선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들이 흑인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 반대였다. 민족 단위가 될 만한 다수의 흑인이 백인 국가 중심부에 있으니 그들이 사는 길은 노예제도밖에 없다고 여겼을 뿐이다. 그들은 흑인이 나타나면 구경거리가 되는 매사추세츠와 흑인이 백인보다 많은 지역도 있던 남부는 문제를 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예를 학대한다는 신문기사의 영향을 받은 북부인의 눈에는 귀족생활을 하는 노예 소유자가 폭군으로 보였고, 흑인 희생자를 구출하는 것은 그들의 신성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뉴잉글랜드의 노동자들은 노예노동에 따른 저임금이 장차 백인의 노임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공화당 연설자의 경제이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폐지론자 섬너는 채찍을 가진 농장주와 기계를 가진 공장주의 제휴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공정한 사람들은 흑인의 불행에 관해 그릇된 낭설이 유포되는 것을 우려했다.
-“링컨에 반항하는 게 하나님에 순종하는 것”
사실 북부에서도 즉각적인 노예해방을 지지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노예해방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과 주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으나 모든 정세로 보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남부가 초연했더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대립적인 열기가 식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어떤 이성도 증오의 감정을 억제하지는 못한다. 지역감정은 동포애의 유대를 파괴했고 1860년도 대통령 선거는 그 적대감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남부인에게 링컨은 큰 덩치에 긴 팔, 촌티 나는 태도, 소매가 짧은 프록코트를 입은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고 도저히 국가 지도자로 여겨지지 않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농장주들은 독립 초기에 조상들이 이룬 신사들의 공화국을 재건하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그들은 “링컨에 반항하는 것이 곧 하나님에 순종하는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때부터 연방을 탈퇴하려는 계획이 분명해졌고 시시각각 위급한 사태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떤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인가?
-뷰캐넌 대통령의 무능
정부는 먼저 각지에 산재한 요새의 방비를 강화하고 남부의 연방 행정기관을 지키기 위한 방어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런데 링컨은 3월 4일에야 취임할 예정이었고 퇴임할 대통령 뷰캐넌은 공포에 떨며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당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기도만 했다. 국가원수로서 이런 바보는 처음 보았다.”
가엽은 뷰캐넌은 바보는 아니었으나 국가가 강력한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위기상황에서 그는 성실하고 허약한 노인에 지나지 않았다. 힘이 부족한 그는 책임감에 짓눌려버린 것이다. 슈어드는 자기 아내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뷰캐넌은 대통령이란 한 사람도 반대하지 않을 때만 법을 집행할 수 있고, 주는 언제든 원하기만 하면 연방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보이고 있소.”
-남군, 섬터 요새 포격
찰스턴 항 입구에 있던 연방정부 관할의 요새 지휘관 로버트 앤더슨 소령은 증원을 요청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방어에 보다 유리한 섬터 요새(Fort Sumter)에 전 병력을 집결하기로 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이에 항의하자 뷰캐넌은 앤더슨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겠다고 남부에 약속했고, 그 다음 날에는 북부에 앤더슨을 그대로 섬터 요새에 주둔시키고 증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병사와 보급물자를 실은 기선을 찰스턴으로 보냈는데 뜻밖에도 남군이 발포를 했다. 이것이 최초의 포화였다. 남군은 이미 섬터 요새를 포격하기 위해 해안에 포대를 구축한 상태였다. 재무장관 존 딕스는 부하에게 미합중국 국기를 공격하는 자가 있거든 누구든 당장 그 자리에서 죽여 버리라고 전보를 쳤다. 그의 단호한 태도는 북부를 기쁘게 했다.
타협은 불가능했을까? 변화라면 그것은 노예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신용석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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