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32일만에 다시 소환된 이 부회장은 15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구속 위기에 놓이면서 삼성그룹은 다시 기로에 섰다.
삼성은 당분간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를 벗는 데 주력하고, 그룹 전반의 현안은 전문경영인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각종 쇄신안과 신규 개발, 투자 등은 뒤로 미루고 현상 유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급한 불'은 전문경영인이 처리
삼성은 사실상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구속 위기에 다시 한번 충격에 휩싸였다.
그나마 특검이 구속영장 청구 대상으로 함께 살펴봤던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제외한 것을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공백도 문제이지만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의 1, 2 인자마저 자리가 빠지게 되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삼성 수뇌부의 의사결정 체제는 그동안 3개의 축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다.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십, 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옛 비서실 혹은 구조조정본부), 계열사 전문경영인 체제가 그것이다.
이 부회장의 유고 시 당분간 계열사의 경영 현안은 각사의 전문경영인이 이끌어가되, 그룹 전반과 관련한 사안은 계열사 CEO들이 집단협의체 방식으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2008년 이건희 회장이 조준웅 특검의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미전실의 전신인 전략기획실 해체됐을 때, 이 같은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 인사·투자·사업재편·쇄신 '올스톱'
그러나 나머지 '급하지 않은' 사안은 뒷순위로 밀릴 것으로 전망이다.
신성장동력 발굴이나 대규모 인수합병(M&A) 같은 공격적·적극적 행보보다는 눈앞의 현안에 대응하는 수동적·방어적 경영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구상을 밝히겠다던 계획 역시 실행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통상 12월 1일에 사장단 인사를 하고 이후 후속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정비했지만 몇 달째 미루고만 있다.
연쇄작용으로 올해 경영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고 장기적인 투자, 신성장동력 마련 방안 등에도 공백이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일명 '이재용법' 등 상법 개정안이 지배구조 개편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최순실 청문회 국정조사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위한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실제로 언제쯤 이행될지도 미지수다.
이번 주에는 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전장기업 하만(HARMAN)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인수금액이 80억 달러에 이르는 하만의 인수는 이 부회장이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함을 알리는 '승부수'로 주목받았다.
해외에서도 '글로벌 기업' 삼성의 뇌물 혐의를 주목하는 가운데 하만 주주들의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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