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자 전 장수대학 학장
하와이 한인 최초 정부지원 경로대학 운영
어린시절 못 배운 한을‘하와이 장수대학’운영으로 풀었어요
"강원도 평강 산골에서 살던 우리 가족은 부모님과 11남매였어요. 넉넉하지는 않아지만 단란했던 가정은 한국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되었어요. 12살에 피난길에 오른 저는 고아 아닌 고아로 지내며 나름대로 제 인생을 개척해 왔고 오늘 이 하와이에서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네요”미주한인이민 114년을 맞는 하와이 한인사회, 그러나 한인 노인복지 현실이 그 어느때 보다 가난한 요즘, 전 장수대학 권혁자(78) 학장을 만나 보았다. 2003년 16년간 운영해 오던 장수대학의 문을 닫고 지금은 가까운 지인들과 자신의 요리를 즐기며 여유로운 은퇴생활을 하고 있다고 최근 근황을 전한다.
권혁자 전 학장은 다민족 사회 하와이에서 아직도 한인사회 목소리가 미미했던 시절 1987년부터 한인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당시 한인 어르신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쇼셜시큐리티를 비롯한 각종 공문서 번역 및 신청을 돕기 위해 직접 운전을 하며 관공서를 드나들었다. 하와이 한인회가 사분오열 이름값을 못할 1990년대 당시 하와이 한인노인회 회장직을 맡으며 공적으로 한인 어르신들을 위한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지금도 하와이 한인사회는 어르신들을 위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장수대학 권혁자 학장이 활동했던 그 시절이 공적인 단체로 어르신들을 위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이 더 안정적으로 이어진 셈이다.
연방정부 세금혜택을 받는 비영리단체로 등록된 장수대학은 1990년부터 2003년까지 맥컬리 성인학교 시스템과 연계해 장수대학 교사들이 봉급을 지원 받으며 제대로 된 교육기관으로 운영되었다. 영어반, 일어반, 한국무용, 훌라 댄스 등 각종 교육 문화 강좌를 마련하고 건전한 어르신들의 문화센터로 그 역할을 다했다. 한인사회 각종 행사는 물론 지역사회 각종 행사장에도 기꺼이 참석해 한국 전통무용 춤사위와 가락을 알리며 한인사회와 로컬사회를 잇는 민간외교사절단으로 역할을 수행했고 이로인해 이웃 섬은 물론 저 멀리 호주에서도 초청장을 보내와 현지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다.
장수대학의 활발한 문화사절단으로서의 활동은 호놀룰루 시의회와 주의회로부터도 수많은 감사장을 받았고 2002년 처음으로 열린 코리안 페스티벌의 이모저모를 알리는 로컬신문 기사에 화려한 사진기사로 장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3년 장수대학은 운영 난으로 문을 닫기에 이른다. 그리고 오늘날 한인사회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복지는 한인교회가 운영하는 경로대학으로 그나마 맥을 잇고 있다.
권 학장의 한인 어르신 공경은 하와이에서 만난 두 번째 남편의 적극적인 외조 덕분에 가능했다. 권 학장은 한국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된 후 12살 어린 나이에 서울로 올라가 한국에서의 첫 결혼은 남편의 가정 폭력으로 실패로 끝났다. 더 이상 참고 살 수 없다고 결심하고 1남1녀를 한국에 남겨 두고 1973년 언니의 초청으로 하와이로 건너왔다. 눈썰미 있고 요리솜씨가 뛰어난 덕분에 언니가 운영하는 술집 주방에서 음식을 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한국에 두고 온 1남1녀를 데려오기 위해 투 잡을 뛰는 것도 신이 났다고 회상한다. 그러다 지금은 작고한 남편을 만나 펄 시티에서 가정주부로 정착했다. 한국에서 데려 온 자녀들을 키우는데 정성을 다 했다. 그 과정에서 하와이에서 한국전쟁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어머니와 형제들을 극적으로 만나는 행운도 누렸다. 권혁자 학장의 장수대학은 이제 더 이상 맥을 잇지 못하지만 권혁자 씨는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한인사회 행사에 드러나지 않지만 지원 역할은 계속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리고 아직도 살아 있는 자신의 손 맛을 이웃들과 나누는 일도 남편과 사별한 후 적적한 생활을 보내는 요즘의 삶의 보람이라고 전한다. "젊어서 공부를 제대로 했었으면 지역사회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소릴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돌아가신 남편 덕에 장수대학을 운영하며 나름대로 이민생활속에서 소외된 어르신들과 못 배운 공부의 한도 풀고 한인사회를 위해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었다는데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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