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는 것도 서러운데”... 복지사각지대 한인 어르신들
<키아모쿠 중심가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한인 어르신들의 사랑방 겸 한국전참전용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한국전참전동지회 신광수 회장(사진 위 왼쪽)과 임원진들>
2015년 뉴욕의 한인 어르신들이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 한 매장에서 너무 오래 머문다는 이유로 쫓겨나고 구타당하는 사건이 발생, 미주한인사회는 물론 한국에서도 크게 보도 된 바 있다. 하와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한인들이 키아모쿠 맥도널드 매장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제한 받는 등 푸대접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었다. 사건 발생 2년이 지난 지금, 호놀룰루 시내 맥도널드 매장은 여전히 한인 어르신들로 붐빈다. 한국일보 창간 45주년을 맞아 맥도널드를 찾는 어르신들을 통해 본 하와이 한인사회 노인복지 현주소를 돌아 본다.
1) 오아후, 마우이, 빅 아일랜드 한인 시니어들의 삶
2) 맥도널드 매장을 찾는 어르신들, 그들이 바라는 노후생활은?
3) 한인사회 노인복지 사업 현황70년대 후반 제3의 이민물결을 타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 건너 온 한인 이민자들이 은퇴 연령에 접어들며 그 수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 내 210만 명에 달하는 한인사회가 114년 이민역사와 더불어 초고령화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그들을 위한 커뮤니티 차원의 복지 프로그램은 가난하다. 자식들 키우느라 정작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서는 욕심을 부리지 못한 이민 1세대들이 나이들어서는 자식들의 눈치를 보며 그나마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감사하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미국에서 거주하는 한인 어르신들의 노후생활 명암은 뚜렷하다. 노후대책을 제대로 한 어르신들은 여행도 하고 취미를 겸한 문화생활도 하며 하와이에서의 은퇴생활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경제적 궁핍, 정서적 외로움에 시달린다. '홀로 남는' 시간이 길어지며 외로움의 깊이는 더해진다. 언어소통 부족으로 대화를 나눌 친구들이 제한되고 주류사회에서 제공하는 복지 프로그램 혜택을 찾아 보고자 하는 노력이나 관심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은퇴생활이 단조롭고 적적하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문화, 교양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여가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 신앙생활이나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에 등록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래는 어르신들은 그래도 행복지수가 높다. 오아후의 경우 일부 어르신들은 10년 전 만해도 오아후 곳곳에서 운영되던 3-4개 노인회에 소속되어 나름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각종 정부혜택 정보를 얻고 커뮤니티가 지원하는 선물도 챙기곤 했다. 그러나 하와이 부동산 열기로 호놀룰루 시내 임대료가 오르며 특별한 지원 없이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던 노인회는 임대료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2017년 현재 오아후에서는 섬 서부지역에 위치한 '와이아와 노인회' 외에는 '노인회'란 이름으로 운영되는 친목단체는 없다. 한국전참전동지회 사무실이 그나마 키아모쿠 중심가에 위치해 일부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현재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 백향목교회, 하와이, 호놀룰루 한인회가 운영하는 경로대학과 노래교실, 교양강좌를 통해 여가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올해 초 호놀룰루 시내 중심가에 주정부 의료보험사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상록수 데이케어'가 문을 열고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그나마 시니어 복지센터로서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다민족사회 미국에서 이민자들을 위한 각종 복지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정치/이익 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야 하는데 오아후는 지난 수년간 한인회 활동이 분열되며 그 직접적인 영향이 한인 어르신들에게 미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다른 이웃섬에 비해서 오아후는 여건이 좋은 편이다.
유동 인구 포함 1천명에 못 미치는 한인 인구를 가진 마우이나 한인 300여 가구수에 불과한 빅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한인 어르신들은 하루 일과 대부분을 집에서 소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들과 교제하는 기회는 교회에 출석하거나 1년에 한번 현지 한인회가 주최하는 추석잔치가 고작이다.
그러나 이 추석잔치도 하와이 섬에 불고 있는 한류열기로 인해 한인들 보다는 로컬 주민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며 정작 이웃섬 한인 어르신들은 소외감을 갖게 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려 온다. 결국 한인 이민 1세들의 노인복지는 '노인회'와 같은 시니어 이익단체를 구성하고 자신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현 상황에서는 한국정부의 지원이나 로컬사회 노인복지 프로그램 혜택을 한인사회에 접목해 운영하는 방안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임시 방편으로 한인회가 노인복지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별도의 사업을 추진하며 단기적 개선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음 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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