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제천과 불광천의 맑은 물은 굽이굽이 흘러 서쪽의 한강 본류와 만난다.
주류에서 일탈한 일부는 물길을 틀어 북쪽으로 용틀임하며 마지막 진저리를 친다. 이렇게 한 굽이는 서쪽, 다른 굽이는 북쪽으로 흐르면서 한강 하류 오른쪽에 퍼즐의 한 조각처럼 오목하게 들어간 섬을 만들어냈다.
이 섬은 언제부턴가 난초와 영지가 내뿜는 향기가 좋다고 해서 난지도(蘭芝島)가 됐다. 서울의 멋쟁이들에게나 나들이 코스로 알려진 난지도가 서울 사람이면 모두 알 정도로 유명해진 것은 1977년 정부가 이곳을 쓰레기 처분장으로 고시하면서부터다.
서울 사람들은 원래 쓰레기가 생기면 한강 본류나 지천의 둔치에 버리고 얼마간 쌓이면 복토하고는 했다.
난지도가 공식 쓰레기장이 되면서 서울의 모든 쓰레기는 이곳으로 모였다. 원래 해발 8m의 저지대였지만 쓰레기가 산을 이루면서 한때 최고 높이가 해발 98m에 달하기도 했다.
난지도는 언제까지라도 서울의 모든 쓰레기를 받아줄 것 같았지만 1990년대가 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정부는 1993년에 매립장을 완전 폐쇄했다. 이제 서울을 포함해 경기도와 인천의 모든 쓰레기는 경기도 김포군 검단면(현 인천 서구)에 새로 만든 수도권 매립지로 보내졌다.
이곳은 1960년대 빈민구제사업으로 조성한 해안간척지로 1980년대 동아건설이 농지로 쓰기 위해 매립을 확대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이후 난지도의 한계가 눈앞에 보이던 1987년 정부가 동아건설로부터 부지를 양도받아 매립장으로 조성을 시작했다.
원래는 이곳도 2016년께면 쓰레기로 가득 차 폐쇄될 줄 알았다. 다행히 1995년 쓰레기 종량제 도입과 음식물 쓰레기 분리 처리로 쓰레기 반입량이 확 줄면서 약간의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이 역시 끝을 보여 2025년까지만 쓰레기를 매립하는 것으로 지자체들이 합의했다.
환경부가 다음달 초 수도권 대체매립지 후보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당장 대체매립지를 선정하더라도 조성에 10년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2025년은 훌쩍 넘긴다.
자칫 해당 지역 주민이 반발하기라도 하면 선정조차 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는 사이 매일 생기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과거 매립지에서 쓰레기 반입을 거부해 쓰레기 대란이 몇 번씩 일어났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미리미리 이해를 조정하고 타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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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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