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 모임이 활성화돼 있어서 요즈음도 종종 소식이 온다. 은퇴 후 대부분의 친구는 엇비슷한 생활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으며 그중에는 저세상으로 떠난 친구도 늘어간다.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백여 명의 모임이 이제는 육, 칠십 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어서 그냥 만나는 자체가 좋고 그립기도 하다. 더욱이 안타까운 점은 가끔 전화라도 받게 되면 서로에 대한 건강이 대화의 제일 중요한 주제가 된다. “자네 건강은 어떤가?” “응 그저 내 나이만큼 불편하게 지내고 있다네!” 나 자신도 모르는 내 건강을 어떻게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전화를 끊고서 곰곰이 건강에 대해서 생각해 보곤 하지만, 그래도 친구와 전화로 대화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 한다.
오래된 격언에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과연 나의 아픔과 타인의 아픔을 나눌 수 있을까? 그러나 상호 간에 아픔이 비슷한 처지가 아니라면 불가능할 것만 같다. 그저 진솔하게 들어주고 아픈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대화로 그쳐야만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요즈음 부쩍 아픈 분들이 많다. ‘생로병사’란 누구에나 찾아오지만, 비슷한 연배나 친구의 아픔을 전해 들으면 가슴이 시려온다. 아마도 그것은 언젠가 나에게도 찾아올 수가 있는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고 같은 세대의 아픔이라 더한 듯 싶기도 하다. 우리를 늘 사로잡고 있는 아픔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안타깝고 슬프다.
예전에는 감기란 스쳐 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가을이 오면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마음이 편하며 나이 듦에 따라 예방접종을 하는 가짓수와 병원 방문이 잦아진다. 오늘도 더 쌀쌀해지기 전에 독감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들어섰다. 잠시 후에 일 년쯤 되는 유효기간을 팔뚝에 주입하고 낙엽이 뒹구는 가을날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돌아왔다.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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