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는 라디오를 켜두고 집안일을 하시는 것을 즐겨라 하셨다. 바로 ‘양희은 서경석의 여성시대’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나는 핸드폰의 어플리케이션으로 듣기 때문에 정확히 이 프로그램이 언제 방송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면 언제나 듣는 방송이다. 이 프로그램의 오프닝 문구가 나는 너무 좋은 것이다. ‘삶의 무게 앞에 당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방송을 듣다보면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생생하게 들을 수가 있다. 그러면서 나도 위안을 받고 내 삶을 다시금 돌이켜보게도 된다.
회사를 다니던 때에는 전철에서 가끔 듣긴 했지만, 이 문구가 이렇게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은 아마도 두 아이를 낳고 엄마라는 역할이 생기면서이지 않은가 싶다. 그래, 삶의 무게라고 해보았자, 내가 뭘 그리 긴 삶을 살았으며, 어떤 특별한 힘듦과 아픔을 겪었으며, 그리 많은 경험을 했겠나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한 남자의 아내와 두 아들의 엄마 역할을 해 나가는 지금, 나는 내 삶에 있어 처음으로 ‘삶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첫째 아들을 낳고 2년이 채 지나지도 않아 갑자기 찾아온 둘째 아들은 우리 부부의 일상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자식이 하나가 있을 때와 둘이 있을 때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인 것이다. 첫째와는 달리 유난히 울고 보채는 둘째 덕분에 나는 밤낮없이 둘째를 신경써야 했고, 육아휴가 중이였던 남편도 평소 하지 않던 ‘육아’라는 일에 심신이 쓰였던지 몸을 상하고 말았다. 더군다나 첫째마저도 갑자기 동생이 태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열경기를 반복하며 응급실 신세를 졌어야만 했다. 둘째가 태어나고 채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생긴 이 모든 일을 오롯이 혼자 받아들여야 했던 나는 그저 내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벅차다고만 느껴지던 나날들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다시 듣게 된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 다양한 삶 속에서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무겁디 무거운 짐을 지고서도 희망으로 가득찬 사연들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마음의 위안을 얻고 나약한 나를 반성한다. 다시 한번 떠오르는 문구, ‘삶의 무게 앞에 당당한 사람들’. 지금 내 삶에 아내로서 엄마로서 주어진 큰 무게 앞에서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한 내 자신에게 던지는 위로의 문구이기도 하다.
<안세라(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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