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선물로 온 듯하다. 내 숨결 따라 마음결도 좋아질까 싶어 숨결을 들여다본다. ‘결’이라는 섬세한 우리말에서 한국인만의 사유와 정서를 느낀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손녀의 머릿결, 갖고 싶었던 나무도마의 나뭇결, 딸의 시어머니의 고운 피부결... 때론 바람의 결을 보고 비가 오겠구나 예측하기도 한다.
‘숨결’은 ‘숨 쉬는 속도나 높낮이, 사물 현상의 어떤 기운이나 느낌을 생명체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결’은 ‘나무나 돌, 살갗 등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이다. 또 겨를의 준말, ‘지나가는 사이’, ‘도중’의 뜻을 더한다.
몇 년 전 큰딸이 사 준,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라는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 이 책은 1977년 뉴욕에서 인도인 부모 밑에 태어난 신경외과 의사의 암투병 기록이다. “죽음 속에서 삶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는 자는 그것이 한때 숨결이었던 바람이란 걸 알게 된다”는 서시로 시작되는 이 책의 저자는 “언어를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거의 초자연적인 힘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의대에 입학한 그는 신경외과 레지던트 마지막해인 36세에 암을 선고받았다. 암투병 기간에도 뇌 수술을 집도해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그는 “수술이 끝나면 무척 지쳤고, 근육이 불타는 것처럼 아팠지만 차차 나아졌다”고 묘사했다.
그는 뇌를 수술하기 전에 먼저 환자의 마음상태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환자의 정체성, 가치관, 삶의 우선순위, 간절함과 절박함을 보고자 했다”고 적었다. 그리고 통증을 느끼며 일어나는 순간에도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고백하며 자신을 이겨냈다. 그의 부인은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 남편은 치열한 삶을 살다갔다고 후기를 남겼다. 이 인도인 2세 저자의 숨결이 오늘도 바람되어 나에게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혜은(우리 앙상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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