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
▶ (58) 한라마(馬) ‘아침해’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 국립해병대기념관 셈퍼 피델리스(Semper Fidelis) 공원의 미국 전쟁기념 동상들 사이에 우뚝 서 있는 한국 태생 군마 한라마(馬) ‘아침해’의 동상. [Photo ⓒ Hyungwon Kang]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 국립해병대기념관 셈퍼 피델리스(Semper Fidelis) 공원의 미국 전쟁기념 동상들 사이에 우뚝 서 있는 한국 태생 군마 한라마(馬) ‘아침해’의 동상. [Photo ⓒ Hyungwon Kang]
대한민국 경기도 연천고랑포구 역사공원에 세워놓은 한국태생 군마 한라마(馬) ‘아침해’의 동상. [Photo ⓒ Hyungwon Kang]
한국태생 군마 한라마(馬)‘아침해’가 몸에 걸었던 미군 해병대 상사(Staff Sergeant) 명찰. [Photo ⓒ Hyungwon Kang]
한국전쟁 당시 전투상황 속 군마 ‘아침해’ 사진이 국립해병대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Photo ⓒ Hyungwon Kang]
천연기념물 제주마 전문가인 수의사 장덕지 교수는 ‘아침해’가 “외모상 키와 무게 체격이 제주도산 한라마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후, 6.25 이후에 오랫동안 제주에서 사육된 제주암마와 더럿브레종의 교잡말을 한라마라고 한다. [Photo ⓒ Hyungwon Kang]
미군 입장에서는 한국전쟁을 두 개의 전쟁으로 구분한다. 1950년 9월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 이후로 전쟁의 방향이 바뀌며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곧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예상치 않았던 중화인민공화국의 참전은 한국전쟁을 무한정 끌고 가버릴 듯 한 전술로, 판문점 휴전협정 진행 와중에도 끝이 안 보이는 밀고 당기는 전투는 계속됐다.
1952~1953년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미군 해병대원들의 한국전 사상자 숫자는 꾸준히 늘어 미국 국민들의 전쟁 피로감과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었다.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공산당 혁명을 조선 빨치산들의 도움으로 성공리에 얻어낸 모택동이 품앗이 차원에서 장남 모안영(毛岸英)을 포함한 수십만 인민들을 조선땅 전쟁으로 투입할 때, 그 선두에는 일제시대 때 일본군과의 독립전쟁에서 훈련되고 중화인민공화국 창립 때까지 실전으로 참전했던 조선 빨치산군이 앞장섰고, 농사를 짓다가 느닷없이 징집되어 기차에 실려서 한반도 전쟁에 투입된 수많은 중공군들의 상당수는 어디로 무엇을 하러 가는지도 모르고 한국전에 참전했었다고 도올 김용옥 선생은 말한다.
미 해병대의 좌우명 ‘셈퍼 피델리스(Semper Fidelis)’는 라틴어로 ‘항상 서로 신뢰하는 영원한 전우’로의 해석을 넘어, 어떠한 군사작전에서도 아군을 데리고 나온다는 미군의 가치관이 포함돼 있다.
미 해병대 역사상 숱한 작전과 사건이 있었지만, 1954년에 미국으로 동료 해병대들과 함께 철수시킨 한국 태생 ‘아침해’라는 말(馬)이 있다.
한국전쟁 때 수많은 미 해병대 사망자와 부상자를 운반했고, 동료 해병대원들이 방탄조끼를 벗어 ‘아침해’를 덮어줬을 때, 자기 몸을 방패로 병사들을 보호해줘 오늘날 그 미군 후손들이 있게 한 미 해병대 계급을 단 ‘아침해’는 미 해병 5연대 무반동대포 Reckless Riflemen 부대 이름을 따서 Private Reckless로 1952년 군 생활을 시작했다.
1952년과 53년에 휴전 협상을 하는 동안 경기도 연천 전투에서 서울을 향해서 진격하는 중공군들을 막아낸 미 해병대의 전투는 해병대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기억하는 많은 희생자를 낸 뼈아픈 전투였다.
그 당시 미 해병대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세계 제2차대전에서 개발한 75mm 대전차포였다. 병사 4명이 겨우 들어서 운반해야 되는 무거운 75mm 대전차포의 역풍 (backblast)이 너무나 요란해서, 포를 발사한 직후에 멀리서 있는 적들이 대전차포의 위치를 즉각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위치 변동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다 실탄 무게가 하나의 24파운드나 나갔기 때문에 차량이 다닐 수 없는 환경에서 실탄을 운반하는 병사들이 쉽게 기진맥진해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75mm 대전차포는 적의 초소나 집 한 채를 대포 한 방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필수무기었다.
미 해병 5연대 무반동대포 소대장 페덜슨 지휘관(Lt. Eric Pedersen)은 시골에서 말을 다루던 경험이 있는 군인이었는데, 실탄을 운반하는 병사들이 적에게 노출되는 상황에서 무거운 무기와 탄약을 운반할 수 있는 가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뚝섬 경마장에서 페덜슨 소대장은 김흑문이라는 소년으로부터 250달러를 주고 ‘아침해’라는 이름의 말을 샀는데, 그 소년은 지뢰를 밟아 다리 한쪽을 잃어버린 누이의 의족을 만드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어깨높이 132cm 크기의 한국말은 해병대 대원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다.
일제강점기와 6-25와 해방 후에 오랫동안 제주에서 사육된 제주 암마와 더럿브레종의 교잡말을 한라마라고 한다. 천연기념물 제주마 전문가이며 수의사인 장덕지 교수는 ‘아침해’가 “외모상 키와 무게 체격이 제주도산 한라마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아침해’의 “모색은 적다(붉은색) 얼굴에 흰색이 내려온 것을 별이 흐른다(유星), 제주어로는 간전이라로 합니다.”
‘아침해’는 주는 것은 뭐든지 다 받아먹었는데 특히 스크램블 에그, 코카콜라, 맥주, 초콜릿을 좋아했다고 한다. 말을 다룰 줄 아는 해병대 병사가 훈련시켜서 적군이 총을 발포할 때는 엎드리고 박격포가 날아오면 방공호로 대피하는 교육을 시켰는데 ‘아침해’의 학습 능력이 대단했다고 한다.
페덜슨 소대장이 농장에서 일하는 와이프에게 ‘아침해’ 등에 포탄을 운반할 때 고정시킬 장비를 어떻게 해서든지 한국으로 보내라고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해병대 병사들이 새로 지어준 이름 ‘렉크레스 사병(Private Reckless)’ 계급으로 ‘아침해’는 인간이 운반할 수 없는 무게의 포탄을 험악한 산악지대를 누비며 혼자서 배달해주고, 사망한 해병대 병사의 시신 또는 부상당한 병사들을 등에 없고 부대로 돌아오는 임무를 수도 없이 완수했다고 한다.
유엔군을 대표한 미군과 북한군과 중화인민군이 휴전 협정을 논의하는 판문점 주변에 대한 비무장지대를 정의하는 예민한 규정들은 900m 거리에 있는 탄약고에서 대포 실탄을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운반했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Private Reckless 계급의 전투마가 해냈다.
우리 땅에는 토종 제주말과 원나라 때 몽골이 들여온 대원마와 섞이면서 잡종강세 (hybrid Vigor) 결과로 영리하고 건강한 제주말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더럿브레종 숫말(키 163cm)과 제주 암마(키 122cm)의 교잡해서 만들어낸 승마감이 훌륭한 말을 한라마(馬)라고 부른다. 요즘에는 더럿브레종 수말과 제주 암마 사이에서 태어난 암마와 더럿브레종 수말을 2차 교잡해서 태어나는 한라마가 가장 승마감이 좋은 말로서 평가되고 있다.
제주 경마장에서는 말굽 없이 뛰는 천연기념물 제주마 경주와 말굽을 장착한 한라마 경주 둘 다 볼 수가 있다. 천연 기념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제주마와 시장경제에 미래 운명이 걸려있는 한라마 모두가 우리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한국 전쟁 중에 많은 공을 세운 ‘아침해’는 1954년 미 해병들과 함께 한국을 출발해서 요고하마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전쟁 중에 이미 해병대 막사에서 같이 잠을 자고 생활을 했던 Sgt. Reckless는 샌프란시스코 도착해서 해병대 창건 만찬에서 본인이 주인공으로 좋아하는 코카콜라, 맥주, 케익, 그리고 헤드 테이블에 있던 꽃 장식을 다 먹어치웠다.
1957년에 Staff Sergeant Reckless(상사) E-6 계급으로 마지막 진급한 ‘아침해’는 캘리포니아 캠프 팬들턴 해병대 부대에서 말년을 보내면서 미국에서 망아지를 세 마리나 생산했다. 이후 1968년 철조망에 발이 걸려 더 이상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기 위해 안락사를 해줬을 때는 군인으로서 모든 예우를 갖춘 장례를 치러주었다. ‘아침해’의 무덤은 캠프 펜들턴 묘지에 있다.
1953년 경기도 연천 미 해병대와 중공군의 전투에서 하루에 51차례나 탄약을 혼자 날랐으며, 군복무중 두 번이나 부상당한 미 해병대 군마 ‘아침해’는 2개의 퍼플하트, 해병대 선행훈장, 동성 대통령부대 표창, 해군부대표창, 국방훈장, 유엔대한민국훈장, 별3개 대한민국 공로훈장, 대한민국 대통령부대 표창 훈장을 받았다.
‘아침해’의 동상은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 국립해병대기념관 ‘셈퍼 피델리스(Semper Fidelis)‘ 공원에 미국전쟁기념 동상들 사이에 우뚝 서 있다. 캘리포니아 캠프 팬들턴 해병대부대와 미국 경마전통의 켄터키 말 공원에도 한국전 군마 ‘아침해’의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대한민국에서는 연천 고랑포구 역사공원에 ‘아침해’ 동상이 세워져 있다.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우리·문화·역사 Visual History & Culture of Korea 전체 프로젝트 모음은 다음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kang.org/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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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다 못한 주 사 파 개 새기들
Thank you for your service. Rest In Peace, Sergeant Reckless.
캠프 펜들턴 앞을 지날일이 있으면 꼭 묘지에 들러 감사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