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하면 떠오르는 것이‘니벨룽의 반지’이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같은 작품에 나오는 ‘발퀴레의 비행’ 때문이다. 이 작품은 오페라에 등장하는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섬뜩하게 귀를 자극하곤 하는데 사실 곡도 무시무시하지만 ‘발퀴레 행진곡’을 들으면서 독일의 나치 병사들이 전의를 불사르곤 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유태인들이 산채로 태워졌다는 이야기를 듣자면 음악이 가지고 있는 유익한 면외에 선동적인 마약 성분도 부인할 수 없곤한다.
문제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평화만 추구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바그너 처럼 선동적인 작품에 열광하고 전쟁하고 죽이기를 좋아하는 (잠재의식을 가진) 동물이라는 점이다. 겉으로는 평화와 공익, 평등을 외치지만 이를 균등하게 실행하는 국가나 사회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들 힘으로 빼앗고 힘으로 누르고 사람 위에 군림하기를 좋아한다.
나치에게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체험한 유태인과 이스라엘은 바그너 알기를 불구대천 원수쯤으로 생각하지만 입장이 바뀌면 그들 또한 팔레스타인에서 자행하는 행위들이 나치와 다를바 없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바그너를 욕하면서 동시에 즐기는 아이러니를 자행하고 있는데 ‘니벨룽의 반지’ 는 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안에는 온갖 종류의 사악함과 인간의 욕망들이 물결치고 있는데 최고인 점은 음악이라는 예술이 때때로 인간에게 정서적인 안정 뿐 아니라 사악한 내면을 적나라히 까발리고 죽고 죽이면서 자신들의 욕망을 불태우고 그 파괴적인 페이소스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과연 바그너의 악극을 보면서 얼마나 선해질 수 있을까? 아니 인간은 그 얼마나 또 하나의 바그너를 꿈꾸면서 권력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일까?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의 반지’는 영웅 지그프리드의 탄생과 모험을 그리고 있는 데 그 출생 과정은 근친상간에 의한 끔찍한 출생의 비밀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 또한 브륀힐데라고 하는 발퀴레이자 이모이다. 바그너는 그의 생애 자체가 친구의 부인을 가로채고 후원자의 아내들과 염문을 뿌리면서 부도덕한 삶의 극을 달린 만큼 그에게 있어서 절대선이란 그저 아름다운 음악이며 꿈꾸는 자의 사랑이지 결코 도덕심이나 정의는 아니었다. 그의 악극이 사악한 가운데서 또한 선해보이는 것은 인간이란 가장 추하고 악할 때 동시에 가장 순결하고 선한 모습을 추구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동물적이었던 인간이 동시에 가장 위대한 예술가였다는 점은 인간의 추한 면과 선함의 야뉴스적인 극단을 보는 예가 아닐지 모르겠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일명 링 사이클)를 2028년 여름 페스티발에 공연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이후 10년 만에 재 공연하는 링 사이클의 지휘는 한국의 김은선 지휘자가 맡을 예정이며 무대 연출은 프란체스카 잼발로가 맡는다. 프란체스카 잼발로는 2011년과 2018년에도 SF 오페라에서 링사이클을 무대에 올려 호평 받은 바 있다. 김은선은 그동안SF 오페라에서 매년 바그너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으며 ‘로엔그린’, ‘트리스탄과 이졸데’ 그리고 올 가을 ‘파르지팔’을 지휘하여 극찬받은 바 있다. 링사이클 지휘는 총 16시간을 지휘해야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 등이 관건이지만 김은선은 오케스트라 멤버들과 체력 안배 등 노하우를 의견 나누고 있다며 바그너 지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링’ 은 처음 도전인 만큼 겸허한 마음으로 ‘링’을 준비하여 컴퍼니와 팬들에게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SF 오페라는 이번 ‘링 사이클’의 준비 작업으로 2026년 시즌에 제 1부 ‘라인의 황금’을 공연하며 2027년 시즌에는 제 2부‘발퀴레’를 공연할 예정으로 있다. 링사이클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28년에는 페스티발이 시작되는 6월 전 스프링 특별 공연으로 제 3부 ‘지그프리드’, 제 4부 ‘신들의 황혼’을 공연하여 준비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바그너는 독일 바이에른의 국왕 루드비히 2세의 총애를 받아 바이로이트 극장이 건축되자 기념작품으로 무려 26년의 세월에 걸쳐 만든 4부작 ‘니벨룽의 반지’ 무대에 올렸다. 당대 가장 유명했던 작곡가이자 거칠 것 없었던 바그너는 음악을 하나의 권력, 예술로 포장된 정치이며 독일민족주의 승전가로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결과가 훌륭하게 나타나자 동기는 땅 속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아무튼 늘 증오와 찬사,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바그너의 음악… 그 음악이 오로지 음악으로 우리에게 말하려는 바는 무엇일까? 무엇이 루드비히 2세나 히틀러같은 인물을 감동시켰으며 무엇이 그를 격렬한 증오심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각자 보면서 느낄 수 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남긴 숙제일 수 밖에 없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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