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까놓고 말한다. 하심 라흐만과 잔 루이즈가 프로복싱 헤비급 세계챔피언이란다. 그럼 이제 누가 내게 미네소타 트윈스도 월드시리즈를 제패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말하려들 게 아닌가…"
프로복싱 평론가 팀 그래햄은 최근 ESPN.com에 쓴 기고문 첫머리를 이렇게 잔뜩 비꼬는 말투로 장식했다. 철권탄생 갈망과 달리 간판체급(헤비급) 생태계가 솜주먹·하루살이 챔피언들 등쌀에 코미디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와 개탄의 목소리다. 무하마드 알리 ‘퇴위’ 이후인 79년부터 불과 7년동안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면면들의 이름만 나열해도 그래햄의 독설은 일리있게 들린다.
’…잔 테이트·마이크 위버·마이클 독스·게리 코에체·그렉 페이지·토니 텁스·팀 위더스푼·본크러셔 스미스·핀클론 토마스·트레버 버빅…’
래리 홈즈·마이크 타이슨 이후 간만에 제법 그럴싸한 주먹제왕이 나왔다는 평가를 듣던 WBC-IBF 통합챔피언 레녹스 루이스가 지난달 22일 남아공 방어전을 코앞에 두고 훈련은커녕 영화촬영에 몰두하는 등 한눈을 팔다 하심 라흐만의 한방에 나가떨어진 뒤 펼쳐지는 상황도 주먹의 사나이들답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남아공전) 결과에 관계없이 리매치를 갖기로 이미 계약이 돼 있다. 따라서 라흐만은 루이스를 상대로 1차방어전을 치러야 한다."(루이스측)
"라흐만이 타이틀전에서 이긴 이상 루이스가 지고 있던 타이슨과의 지명방어전 의무를 승계했다고 봐야 한다. 우리의 도전을 먼저 받아라."(타이슨측)
"타이슨과 먼저 싸울지 루이스와 먼저 싸울지 목하 고민하고 있다. 다만 확실한 건 1차방어전은 8월18일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리란 점이다."(라흐만측)
불타는 전의까지 느껴지는 말의 성찬이다. 그러나 복싱은 주먹으로 말해야 하는 것. 이들이 주먹싸움 대신 말싸움에 몰입하면서 그렇찮아도 휑해진 팬들의 자리는 더욱 썰렁해지고 있다.
타이슨과의 일전을 요리조리 피하다 생각지도 않은 라흐만에게 철퇴를 맞은 뒤 뒤늦게 전의를 불태우는 루이스(38승1무2패 28KO)도, 길거리폭력·성폭행 등 링밖 망나니짓에다 링안에서도 귀물어뜯기·반칙주먹질 등으로 허송하며 전성기를 휠씬 넘긴 뒤에야 챔피언 도전권을 구걸하고 있는 타이슨(46승3패1실격패 40KO)도, 겉으로는 "언제 어디서 누구든"이라고 큰소리치면서도 실제로는 이들 둘의 갈등을 빌미로 은근히 제3의 약체 도전자를 물색하느라 머리를 굴리고 있는 라흐만(35승2패 29KO)도 헤비급 황폐화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알리시대만큼은 못하더라도 헤비급 르네상스의 길은 있다. 조건없는 라이벌전을 펼쳐 명실상부한 헤비급 챔피언을 가리는 것이다. 그점에선 이밴더 홀리필드로부터 WBA 헤비급 세계타이틀을 앗아간 잔 루이즈도 예외일 수 없다.
한편 타이슨은 라흐만전을 위해 6월2일로 예정된 데이빗 이존과의 타이틀전초전을 보류키로 했다고 AP통신이 8일 보도했다. 또 보스턴 글로브지는 이날 루이즈-홀리필드 리매치가 8월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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