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손님 한 분이 방금 마 악 수습된 일이라며 안도의 숨결과 함께 한동안 불안에 떨었던 이야기를 전화로 들려 주셨다.
세살 된 막내아들이 어느 순간 집안에서 안 보이더라는 것이었다. 아들의 이름을 외치며 온 집안을 뒤져보아도 없어 결국 경찰에 신고하였다 했다.
"그 래 서 요 ?"
"아이고, 우리 꼬마가 클라젯안 에서 자고 있지 않겠어요?"
둘이 전화통을 들고 낄낄 남 이야기하듯 웃은 기억이 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스트워가 초등학교 일 학년 때쯤이었다. 학교로 데리러 갔더니 나와 있어야 할 장소에 아이가 안보였던 것이다. 조금 늦나보다 하고 차안에서 기다리는 사이 학교 안이 텅 비어 버렸던 것이다. 학교 사무실로 뛰어 들어갔고, 순식간에 교정에 남아있던 선생님들과 몇 명의 어른들, 그리고 경찰까지 동원해 학교 안팎을 온통 뒤졌던 숨막혔던 기억이 있다. 그날따라 옆집에 맡기고 간 딸 기꾸가 염려되어 학교측에다 집에 잠깐 다녀오겠다고 하고 집을 향해 정신 없이 운전하는 도중 혼자 걸어가는 스트워를 발견한 것이다. 일단 걷기 시작하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가 그 이유였다.
기꾸와의 경험도 있다.
기꾸가 집에서 없어진 것을 안 것은 기꾸를 찾고 난 후였다. 어두움이 있는 저녁이었다. 7시정도? 8시? 그러한 시각이었으리라. 나의 집에서 한 다섯 집을 지나 걸어가고 있었는데 내가 가고 있는 반대 방향에서부터 어느 어른이 세 살쯤 되어 보이는 곱슬머리의 여자아이와 걸어오는 것이었다. 내 앞에 즘 오더니, "당신아이 맞지요?" 하기에 여자아이를 보니 나의 기꾸였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도대체 내가 저녁에 왜 밖에 있었으며 또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말이다.
조셉과 마리아는 큰언니의 큰아들과 딸이다. 조셉이가 5살쯤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까 20여 년 전의 일이다. 두 아이가 집에서 없어진 사건이 생겼던 것이다. 찾다 찾다 언니가 어머니에게 도움을 청하러 가는 길 이었을까. 언니는 어머니의 집을 향해 운전해 가는 길에 두 아이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할머니네 가는 중이라고 하더란다. 아니 할머니네 가는 길은 어떻게 알고 가느냐고 물었더니 마리아는 조셉 오빠가 그러는데 (소들을 가리키며) 소들이 음매 하고 우는 방향을 따라가면 할머니네 집이라고 했다는 이야기였다. 언니네 집에서 어머니 집으로 가는 길옆엔 작은 언덕들이 있었고 매일 소들이 나와 풀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셉과 마리아에게는 미안하나 소들이 고개든 방향이라니 하며 두고두고 웃는 우리집안의 이야기가 되었다. 훗날 마리아는 오빠의 말을 믿었다며 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멋쩍게 웃곤 한다.
언젠가 몬트레이 바닷가를 다녀왔다. 비가 몹시 내렸는데 바람까지 심해 그야말로 비바람이 내려쳤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해변 가에 백 마리도 훨씬 넘을 물새들이 모래사장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모든 물새들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방향으로 서 있는 것이었다. 그 많은 물새중 단 한 마리도 옆을 보거나 뒤로 서 있지 않았는데, 그때 문득 조셉 이가 보았다는 들소들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손님아이는 무엇을 보고 어두컴컴한 클라젯 안으로 들어가 달콤한 낮잠을 잤을까. 스트워와 기꾸는 어떻게 그토록 자신 있게 길을 걸어가고 있었던 것일까. 조셉 이와 마리아는 과연 들소들의 얼굴방향만을 보고 할머니의 집을 향한 것이었을까. 물새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으며 그들을 바라보던 나는 과연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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