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일반인들이 경험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알 수도 있고(물론 요즘은 관심있는 사람들은 인터넷등을 통해 거의 같은 시간에 알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만날 수 없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도 하다. 그들은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살인범이 될 수도 있다. 재벌이 될 수도 있고 홈리스 피플이 될 수도 있다.

가끔씩 경험하는 것이지만 요즘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은 세상에는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다.
본국에서 태풍 ‘루사’로 인해 집을 잃고 가족마저 잃은 사람들이 힘겹게 삶의 터전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일하고 있다. 본국에서도 이같은 수재민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곳에서도 우리의 조국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성금이 모금되고 있다.
본보를 비롯해 다른 언론사나 단체등에서도 성금을 모금하고 있고 이같은 액수는 10만달러를 넘어서 15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북가주 한인들이 모은 성금액수가 15만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해 수재민 돕기 성금모금은 아직 지난해에 비해 모금 기간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거의 같은 액수가 모였다. 우리가 얼마나 고국을 생각하고 그리워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증명할 수 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일보에서는 성금을 내는 분들의 얼굴을 되도록 많이 싣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진을 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내기 위해 성금을 보내올 것이라는 생각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소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널리 알리는 것이 로컬 신문사의 임무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분들중에서는 사진을 내는 것은 물론 이름조차도 내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본보에 성금을 보내주는 독자들중 많은 분들은 작은 메모와 함께 편지를 보내준다. 그 내용은 우리의 조국이 태풍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너무 작은 액수가 죄송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같은 메모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남다르다. 나 자신부터 회사에서 함께 수재민 돕기 성금을 모금할 때 겨우 몇십달러를 보탰을 뿐인데 이분들은 부부가 함께 나가 마켓이나 그로서리 등에서 하루종일 일해서 번 귀한 돈을 100달러, 200달러, 300달러씩 보내주면서 작은 정성을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우리 가족을 위해서 돈을 쓸때도 우리는 힘들게 번돈을 생각한다. 하물며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남을 돕기 위해 다만 10달러라도 쾌척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더욱이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남을 돕기 위해서 내는 돈은 더욱 소중하다.

요즘 북가주에서는 성금모금과 관련 잡음이 나돌고 있다. 이같은 잡음이 나도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같은 잡음이 행여 좋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변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성금모금은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한인들이 소중하게 보내준 돈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자신의 위상을 증명하려 한다면 안될 일이다. 그들은 성금을 모금하는 언론이나 단체를 믿고 정확하게 성금이 전달될 것을 희망하며 소중한 돈을 보내주고 있는 것이다.
성금을 보내주는 독자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신문은 독자들로 인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