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숙<방송인>
미국에서 태어나 다섯 달 배기로 한국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곤 처음으로 이제 열 한살이 되어 서울에 간 딸아이를 만나기 위해 잠시 서울 나들이를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소년 소녀 합창단이 서울의 월드비젼 합창단과의 결연으로 여름 음악 캠프를 실시했는데 일주일간의 집중 트레이닝을 받고 작은 발표회를 가진 자리에 참석을 한 것입니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교과과정에 음악시간이 따로 없어서 노래를 제대로 하는 아이들을 보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번 교육을 통해 막상 아이들이 한국어로 노래를 외어 연주를 하는 것을 보면서 왈칵 눈물이 나는 듯 했습니다.
딸아이는 일주일간 무엇을 배웠느냐는 질문에 노래하고 밥 먹는 것 외엔 한 것이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와우. 대단하네. 딸아이는 모란꽃 피는 유월이라는 가곡 한절을 가사를 잊을까 염려되는 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끝까지 잘 불렀고 다른 아이들도 나름대로 준비한 노래들을 긴장한 듯 보이기는 했지만 훌륭하게 해내어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비록 영어로 생활하는 미국에서의 습관대로 때론 버릇없이 보여지는 아이들이지만 대견하게 한글로 노래 부르는 것을 보면서 노래를 통한 한글 교육이 중요하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모녀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까지 나흘 동안 내내 모란꽃 노래를 부르며 다녔지요. 무슨 뜻인지 잘 알지 못한 채 외웠다가 설명을 해주니 새삼 재미를 느낀 모양입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한국 동요나 가곡을 가르쳐야 할 필요를 깨달았습니다.
오로지 딸아이와 함께 한 여자 둘만의 서울 일정은 정말 신났습니다. 이제 제법 키도 커서 손잡고 거리를 휘저으며 다녔는데 한가지 문제점은 한국말을 잘 못하는 까닭에 그냥 영어로만 얘기를 하다보니 주위의 눈치를 봐야 했다는 겁니다.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의 거침없는 태도는 때론 부담입니다. 더욱이 서울사람들의 영어가 막상 발음을 대하면 도무지 강한 엑센트 때문에 알아 듣기 어렵다면서 딸아이가 은근히 불평을 하는 것입니다. 영어발음을 두고 내보이는 2세 아이들의 특유의 건방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마음 상하지 않고 고쳐줄까 고민됐습니다.
네가 한국말을 할 때 더듬거리면서 나오는 엑센트를 두고 누가 뭐라 하면 기분이 어떨까? 한국 아이들이 강한 발음을 보이는 것이나 네 경우나 마찬가지네 뭘. 자신의 더듬거리는 한국말은 애교로 보이지만 강한 영어발음은 촌스럽다 여기는 오만이 어떻게 한마디에 사라질까 만은 그래도 고개는 끄덕거리는 겁니다. 이제라도 한글 공부 좀 잘해보자, 응? 네, 엄마. 말은 잘하지요. 그래도 싫다 안 하니까 다행이라 여겨야 되는 건 지. 그래도 차제에 노래를 통해 한글 공부를 시켜볼 생각을 한 것 만으로도 이번 서울 여행은 성공했단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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