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거품 터졌던 악몽의 2000년 3월
최고치로 주가 복귀하면서 불안감도 증폭
표면적으로는 당시와 전혀 다르지만
주가 여전히 과하고, 거품 메아리 남아 위험
S&P 주가 지수로 본 현재 주식시장은 2000년 3월 인터넷 거품이 터지기 바로 그 수준에 도달해 있다. 신나게 오르는 주식 시장에 투자자들이 즐거운 비명을 올리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점과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달아올랐다가 거품이 터져 참변을 당했는데 주가가 당시 수준으로 치솟자 다시 파열의 순간에 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불안이 악몽처럼 투자자들의 발길을 옭아맨다. 거침없이 시장 흐름에 몸을 맡기기가 불안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크 헐버트의 시장 분석 기사를 실었다. 헐버트는 헐버트 파이낸셜 다이제스트의 대표이며 CBS 마켓와치의 집필자로 활동 중인 분석가다.
투자자들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현 시장은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현 상황은 2000년 3월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수면 아래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몇가지 점들을 살펴보면 다시 한번 거품이 터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현 시장이 2000년 초와는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는 주된 근거는 주가 대비 수익률(price-to-earnings ratio)에서 찾을 수 있다. SP 500의 P/E비율은 현재 18.1. 지난 1927년 이후 평균적인 P/E비율인 16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지 않으며 최고 수준이었던 2000년 3월의 29.4보다 훨씬 아래다. P/E 비율로 보면 현 주식시장은 저평가돼 있지도 않으며 인터넷 거품이 터질 때처럼 과대 평가돼 있지도 않다.
그러나 P/E비율을 측정하는 기준을 좀 더 장기로 늘려보면 현 시장을 마냥 자신할 수만은 없다. 최근 12개월간의 보고 수익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지난 10년간의 평균 수익에 주가를 대비시켜 보면 SP 500의 P/E로 본 현 주식시장은 거품이 전혀 끼지 않았다고 전혀 장담할 수 없다.
캐피털 매니지먼트사의 클리포드 아쉬네스는 최근 일년간의 수익은 변동이 크기 때문에 10년 수익을 기준으로 삼는 편이 시장 상황을 평가하는 데는 더 합리적인 잣대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P/E 비율로 측정한 시장 상황이 자주 투자자들을 오도했던 이유가 바로 최근 일년간 수익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인플레를 감안하고 10년 평균 수익을 기준으로 했을 때 P/E비율이 시장을 더 정확하게 측정했다고 강조한다. 10년 기준에 비춰봤을 때 현재 SP 500의 P/E평균비율은 27.4로 2000년3월의 46.1보다 훨씬 아래. 하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인터넷 버블 기간을 제외하면 대공황인 1929년 이후 지금처럼 10년 평균 P/E 비율이 높았던 적이 없다.
투자 심리도 2000년 3월과는 전혀 다르다. 인터넷 버블이 최고로 고조됐을 때와는 달리 투자자들의 낙관이 덜하다. 당시는 주식 고르기가 전 국민적 오락이었을 정도로 낙관이 팽배했었다.
그러나 수면 아래는 겉보기와는 좀 다르다. 학계서 나온 몇몇 연구보고는 거품 형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충분히 낙관의 도가 낮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조지 메이슨 대학의 데이빗 포터 교수는 투자자들이 연이어 거품 파열을 경험하면서 거품을 형성하는 투자행위에 대해 무감각해졌다고 설명한다. 거품에 면역성을 갖게 되면서 거품이 터지면 원래 거품보다는 약한 거품 메아리(bubble echo)가 뒤따르게 되며 이런 패턴은 아주 정확하게 반복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즉 지금은 거품의 메아리가 울릴 차례라는 것.
최근 수년간의 주택 시장 하락을 인터넷 버블의 메아리로 볼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 메아리 같은 붕괴는 지나갔다고 볼 수 있을 터인데. “불행히도 그렇게 볼 수는 없다”고 포터교수는 말한다. 메아리는 아주 유사한 자산에서만 일어났기 때문에 성격이 전혀 다른 부동산 시장의 하락으로 대치될 수는 없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렇다면 인터넷 버블의 메아리는 아직 일지 않았으며 잠재돼 있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집어낼 수 없지만 새 거품이 없다고는 전혀 안심할 수 없다고 그는 경고한다. 같은 대학의 버논 스미스 교수도 현 시장 가치가 2000년 3월처럼 극단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하락장으로 쉽게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고 본다. 그 자신 포트폴리오에 주식에서 발을 빼 현금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이유다.
<뉴욕타임스 특약-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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