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본능
=====
사람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귀소본능이 강하게 일어나나 보다.
요즘들어 부쩍 어릴적 즐겨 먹었던 음식이 그리워지고 순진 무구했던 어릴적 동무들이 언뜻언뜻 마음에 스치고 잊혀졌던 동심이 꿈틀거린다.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낮에 먹던 꽁보리밥에 열무김치. 가끔씩 아버님께서 미꾸라지를 잡아 오시면 어머니께서 맛있게 끓여 주셨던 그 맛있었던 추어탕 생각.
산들 산들 봄바람이 불면 쑥이며 냉이며 각종 나물들을 바구니 가득 캐어서 해 먹었던 쑥버물, 냉이국 그리고 봄나물 무침들.
한겨울 이면 식구들 데로 둘러앉아 빚었던 돼지고기 넣은 김치 왕만두.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밤 이빨이 시리도록 먹었던 동치미.
가을이면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햇쌀밥에 쌀뜸물 붓고 끓였던 토란국이나 무우국과 가을볕에 말린 햇고추가루로 담근 겉절이를 곁들인다면 어느 산해진미에 비할까!
그전에는 신문을 그렇게는 열심히 보지 않았었는데 요즈음은 미주판은 거의 읽고 한국판까지 가능하면 훑는다. 그렇찮아도 시원찮은 영어보다 우리말로 읽고 우리말로 글을 쓰고 온갖 마음에 흐르는 감정이나 생각들을 우리 정서에 맞게 자유롭게 표현할수 있는 모국어가 가슴 시리게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제와서 가슴깊이 후회되는 일이 있다.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완전하게 가르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조금 위안이 되는것은 다행(?)이 영어실력이 좋지 않았던 탓에 줄기차게 애들에게 말을 할때는 우리말로 얘기를 했던지라 아이들이 웬만한것은 듣고 이해를 잘한다.
만일 아이들과 우리말로 깊은 대화를 나눌수 있고 우리말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한국어로 된 좋은 책을 같이 읽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나는 영어가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아이들은 한국어가 서툴다 보니 우리사이에는 건널수 없는 언어의 강이 흐르는것 같다.
지금은 아이들도 어렸을때는 그렇게 하기 싫어했던 한국어를 썩 잘하지 못하는 것을 많이 아쉬워한다. 지들은 잘 못하면서 자기 아이들 에게는 한국말을 잘 가르쳐 달라고 한다. 내 욕심도 내 손자 손녀(장래의)들 에게는 한국어를 잘 가르치고 싶다.
그래도 가슴을 열고 우리말로 대화를 나눌수 있는 이웃과 친구들이 있고 한국음식들을 아이들과 같이 맛있게 즐길수 있어서 행복하고 그런데로 이곳도 정이들어 제2의 고향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진정한 고향은 밖에 있는것이 아닐 것이다.
무엇으로도 채울수 없는 끝없는 목마름과 원초적인 외로움은 우리의 영혼이 고향을 등진 나그네 이기 때문이리라.
밖으로 찿아 헤매는마음을 거두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묻고 자신의 실체에 대한 깊고 진지한 자기 성찰을 할때 우리가 진정으로 쉴수있는 고향을 찿는 인간 본연의 귀소본능 이리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