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 쌈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토요일 아침에 Farmer’s Market엘 갔다. 이 시간은 운전을 할 때부터 기분이 좋다. 싱싱하고 맛난 과일이나 채소를 사는 일도 즐거운 일이지만 싱그럽고 활기차고 낭만적인 그 곳에서 만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반짝이는 미소로 반갑게 아는 얼굴을 만나게 되는 것은 덤으로 치더라도 일단 그곳에 가면 모르는 사람들도 다 정다워 보여 마음이 넉넉해지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들뜬다.
Farmer’s market이 유행은 유행인가 보다. 도시 한 복판의 갓 길에 서는 Farmer’s Market도 보았고 차량이 뜸 해 지는 저녁 무렵 도로 하나를 다 막아 놓고 서는Farmer’s Market도 보았지만 우리 동네와 같은 것은 흔치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프레스노가 적은 도시는 아니지만 화려하거나 복잡하진 않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그 중 땅값이 비싼 중심지에 속해서 웬만한 용단 없인 감히 생산성이 적은 이 Farmer’s Market을 세우기 힘든 땅에 그야말로 그림 같은 대형 철제 아아취를 세우고 그 위로 포도덩굴을 올린, 그래서 마치 대 궁전에 딸린 야외 무도회장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Farmer’s Market이 있다.
이곳의 뜨거운 햇볕을 받고 익은 달디단 과일은 물론이고 요즘 사람들이 특별히 신경 쓰는 올개닉으로 재배했다는 온갖 채소들이 다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이곳 주변에 많은 낙농에서 나온 생우유에 치즈, 그리고 버섯, 꿀, 말린 과일들, 건포도, 아몬드에 호두, 묘목, 그리고 커피와 빵. 제각기 농장의 이름과 자존심을 걸고 시식도 할 수 있게 해 놓는가 하면 커피 향을 맡으며 담소를 즐길 수 있는 야외용 하얀 테이블까지. 이곳저곳에서 반갑게 만나는 기쁨에 찬 소리가 있고 포도나무 가지에서 노래하는 새들의 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다 사진 않더라도 한 곳도 빠지지 않고 구경을 하는데 특히 즐겨 찾는 곳은 Hmong아저씨네 집. 미국이 그들을 피난시킬 때 라오스와 기후가 비슷하다 하여 특별히 이곳으로 많이 오게 되었다는 이들은 농사가 주업이었다. 더니 역시 이곳에 와서도 딸기밭을 비롯하여 갖가지의 농사들을 잘 짓기로 유명하다. 그러니 이 아저씨네 작은 판 위에는 알차고 잘 영근, 그래서 화초보다도 더 예쁘고 탐스런 과일과 채소들이 늘 빼꼭이 쌓여 있다.
오늘은 아저씨네 집에서 호박잎을 묶은 단을 샀다. 전화선처럼 꼬시랑 거리는 줄기까지 있는 연한 것이었다. 살짝 데쳐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준비하다가, 손바닥 반 만한 크기의 잎들만 따로 모아 된장과 고추장을 섞은 장에 쌈을 쌌다. 세상에! 무슨 반찬이 이에서 더 한 맛을 낼까. 아득한 어린 시절 엄마가 밥 위에 쪄준 호박잎이 생각난 탓인지 아릿한 그리움이 고개를 든다. 나에게 호박잎의 참 맛을 길들여 준 어머니. 한두 알 붙어 있던 밥알을 먼저 떼어먹으며 쳐다보았던 내 어린 시절의 어머니를 한 번만 더 볼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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