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한국 방문해 목격담 채집 등
발로 뛴 집념 끝에 관계당국 청원 결실
참전용사 등에 매년 ‘보은의 식사’ 제공
고 케빈 노먼 대위가 사후 6년만에 미국정부로터 십자훈장을 추서받고 한국정부로부터 감사패를 헌정받게 된 데는 북가주 한인 사업가 김만종 사장의 숨은 노력이 컸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시어스 등 베이지역 12곳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 사장은 매년 메모리얼 데이를 즈음해 한국전 참전용사는 물론 주한미군 및 그 가족들에게 ‘보은의 식사’를 대접해왔다.
김 사장이 한국/한국인에 얽힌 노먼 패밀리 이야기를 전해들은 것은 지난해 중반 단 맥필이라는 미국인 친구로부터였다. 그렇지 않아도 보은의 식사 등을 통해 이런 문제라면 발벗고 나섰던 김 사장은 귀가 번쩍 뜨였다. 곧 노먼 대위의 아버지 티모시 노먼 박사를 만나 할아버지와 손자가 50년 시차를 두고 한국과 한국인을 위해 복무하다 목숨을 바쳤다는 사실에 숙연함과 함께 “이대로 잊혀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행동에 나섰다. 나름대로 이것저것 자료를 모은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 부인과 함께 한국으로 가 사고의 현장인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를 찾았다. 노먼 대위가 산화 직전 돌진추락하다 가까스로 피한 식당(미래가든)과 바로 옆 농지의 추락현장을 확인했다. 그리고 주민들의 목격담을 기록으로 채집했다.
이 마을 최영제 씨는 친필서명이 담긴 목격담에서 “…동네주택에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항공기가 저속으로 비행하면서 미래가든 식당을 피해 추락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또다른 주민 남기순씨는 “갑자기 비행기에 굉음이 들리기에 깜짝 놀라 하늘을 보니 비행기가 우리집을 향하여 돌진하는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 추락하는 순간에 우측으로 떨어졌습니다. 우리집 식구 방학이라 아이들도 많았는데 모두들 불에 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가족 동네 모든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동네에 피해를 줄이려고 했나보다고 말씀을 하십시나. 우리 가족은 가끔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신 분께 감사하다고 이야기 합니다…자식을 잃은 부모님께 뭐라 위로에 말씀을 드릴 수가 없네요”라고 썼다. 사고현장 인근 캠프 험프리에서도 증언녹취를 했다. 증언은 서면뿐만 아니라 비디오녹화로도 이뤄졌다. 김 사장의 집념이 아니었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에 돌아온 김 사장은 발로 뛰어 확인한 이런 목격담들을 공증번역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한 뒤 한미양국의 관계당국에 보내 훈장추서 등을 청원했다. 구본우 SF총영사와 해리 김 SF커미셔너가 가세하면서 김 사장의 노력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됐다. 양국 국방부는 지난달 훈장추서와 감사패헌정 결정, 노먼 대위의 아버지 티모시 노먼 박사에게 통보했다. 메모리얼 데이인 오는 25일 오전 노먼 대위가 묻힌 소노마 베테런스 메모리얼 팍에서 미군과 미재향군인회 고위관계자들과 구본우 총영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6주기 추도식이 거행된다. 훈장추서식과 감사패헌정식도 이날 병행된다.
이에 앞서 김만종 사장은 21일(목) 자신이 운영하는 SF다운타운 시어스 식당으로 한국전 참전용사 및 주한미군과 그 가족 등 ‘피로 맺어진 한국의 친구들’을 초청해 예년과 마찬가지로 ‘보은의 식사’를 대접한다.
김 사장은 “팀모시 노먼 박사처럼 아버지도 아들도 한국과 한국인을 위해 바친 분은 아마 미국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이라며 “이런 분들의 은혜를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구본우 총영사님께서 많이 도와주시고 해서 청와대에도 (청원을) 해놨는데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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