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중국건국 60주년 행사가 어떤가 잠깐 보겠다며 위성중계 중국 TV를 본다는 것이 그만 몇 시간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자금성 앞 광장에서 펼쳐진 퍼레이드에 그 많은 군중의 열광과 소개되는 새로운 무기 그리고 무엇보다 비춰지는 사열대에 선 집권층 그들의 자신만만한 표정에 그만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를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비행장에서 만나 포옹하고, 평양 시내에 한복 입은 환영객의 휘날리는 국기 속에 펼치는 카퍼레이드를 보면서 나는 갖고 있던 “마지막 황제”라는 영화 DVD를 다시 한 번 보았다.
이 영화는 1987년 개봉되어 작품상 감독상 등 9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이고 세계적 거장인 이태리출신의 ‘베르나르드 베스툴루치’ 감독 작품이다.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푸이’가 1911년 태어나 세살 나이로 등극했다가 청나라의 멸망, 만주 땅에서 전전하다가 다시 일본제국에 의한 꼭두각시 만주국 황제로 등극 그리고 일본 패망 후 소련에서 포로생활, 다시 공산국가가 된 중국에서 서민으로 살기위한 ‘교화’ 그리고 홍위병의 난동을 거치면서 최후에 ‘정원사’라는 서민으로 생을 마감한 그의 생을 그린 영화로써 정말 거작이며 대작으로 나의 뇌리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영화이다.
거의 10여 년 전 사상가이며 작가이며 또한 역사가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분과 대화하던 중 ‘고구려’가 우리 역사의 연결이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이분 정색을 하면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고구려를 비롯해서 그 만주 땅의 역사를 한반도의 역사와 같이 엮는 것은 무리가 있다. 생활풍습, 언어, 정치영역 모든 것이 다르다. 한마디로 그들을 유목민이고 우리는 농업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다. 종교를 봐도 그들은 티벳, 몽고를 이어 만주 땅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라마교들이고, 우리는 중국과 서해를 건너며 맺어온 교류로 대승불교이다. ‘왕오천축국전’을 쓴 신라의 혜초부터 모든 고승들이 전부 바다를 건너갔지 오랑캐 땅이라 생각되는 만주로는 아니었다. 영화 마지막 황제를 보아라 만주땅 여진족이 일으킨 청나라. 몇 백 년을 지탱해온 그 청나라 마지막 황제 즉위식에도 ‘라마승’들이 몇 백 명이 나오는 장면이 있지 않느냐”
나는 그 다음날 그래도 한반도와 만주 땅의 어떤 연결을 바라면서 영화를 보았으나 말 그대로 ‘라마승’들의 등장만을 보았을 뿐 우리 한반도와는 아무런 연결됨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제 10년 만에 다시 이 영화를 보면서 이번에는 그 영화 속에서 한반도라는 단어가 한마디도 안 나오고 아무런 연관도 없기를 바라면서 보았다. 그리고 결과는 아무런 연관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한반도는 문명의 발달로 상호교류가 가능하기 시작한 1,500년 전부터 중국대륙에 강대한 나라가 그 위세를 떨칠 때 비교적 평화를 누렸다. 그러나 그것은 ‘종속’속에서의 평화였다.
중국이 다시 세계에 우뚝 서려 한다.
세계의 눈으로, 세계의 역사 속에서, 세계인들에게, 우리 한반도는 중국의 만주와 다르다는 것이 인식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한반도가 그들에게 예속이나 종속이 세상 사람들에게 받아지게 않도록 해야겠다.
그 방법 중 확실한 것 하나는 중국의 만주와 ‘종교’ ‘인종’ ‘언어’ 그리고 특히 ‘문화’가 다르다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그리고 미력이지만 이곳 우리 워싱턴 교포들도 ‘남한’ ‘북한’ 사람들과 문화적 연결을 위한 노력에 조금이라도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역시 모든 열쇠는 ‘문화’이다.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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