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의 책들이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은 치밀한 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기존의 경제학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던 여러 국가들의 경제 상황과 관념들을 명쾌하게 해석해준다. ‘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미 FTA를 비준해서는 안 된다’는 등 그의 주장들은 맹목적으로 믿어왔던 고정 관념을 깨준다는 점에서 무척 신선하다.
한국인으로 살다보면 가끔 ‘지고선’으로 믿어온 고정관념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유무역이다. 한국은 국토가 좁고, 자원도 부족한 나라이며, 국토의 3면이 바다여서 무역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 자유무역은 양쪽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온다고 믿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미국에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래도 FTA는 해야 하는 것’으로 믿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장하준 교수는 한미 FTA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과 영국 등 성공한 나라들의 대부분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치산업 보호정책을 사용해온 나라라는 것이다.“개발도상국의 생산자들이 우월한 외국의 생산자와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국제 경쟁으로부터 격리되는 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난 94년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참여했던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은 반대론자들이 꼽는 대표적인 자유무역 협정의 폐해사례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시장을 접경하고 있는 멕시코 입장에서는 기대가 컸을 터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2001-2005년 멕시코의 1인당 소득 증가율은 0.3%에 그쳤다. NAFTA 이전의 연간 소득 증가율은 3.1%였다. 장 교수는 때 이른 무역자유화 도입으로 멕시코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그의 이론은 공산주의 붕괴 이후 대적할 이론이 없던 자유주의 또는 자본주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미 FTA 체결이 한국 경제에 얼마나 좋은지, 또는 나쁜지를 자신 있게 판단할 식견은 없다. 다만 한미 FTA가 무조건 필요하고,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김주찬
뉴욕지사 경제팀장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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