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경제적 여유 불구 자녀 경험위해 사립학교 포기”
지난해 미국으로 발령난 변호사 남편을 따라 뉴욕으로 건너온 독일인 크리스천 렌기어씨는 맨해튼에 도착하자마자 자녀를 보낼 만한 사립학교를 찾아 나섰다.
한 사립학교는 차로 학생들을 집 앞까지 데려다 줄 정도로 안전 문제는 확실했지만, 모든 학생이 잘사는 집안 출신이고 또한 백인 일변도라는 점이 마음에 안들었다.
다른 학교에서는 식당으로 자신을 안내한 가이드가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스시와 유기농 등의 7가지 음식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에 "우리 아이가 7가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가이드는 마치 "당신 바보 아냐"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렌기어씨는 결국 공립학교를 선택했다. 비용 문제를 떠나 사립학교는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현실사회와 완전히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뉴욕 출신의 부유층 학부모들이 전통적으로 사립학교를 선호하는데 비해 외국 출신의 부자 부모들은 대다수가 사립학교 대신 공립학교를 선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퀸즈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뉴욕에서 부모가 외국 출신(이민자와 주재원 모두 포함)이고 소득이 연간 15만달러(1억7천만원 가량)를 넘는 1만5천500 가구 가운데 68%(1만500가구)가 자녀를 공립학교에 보낸다. 이는 같은 소득 수준에 부모가 미국인인 가정이 자녀를 공립학교에 보내는 비율의 배에 달한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연소득 20만달러 이상 가정의 경우 외국 출신 부모들의 61%가 공립학교를 택하는 반면 같은 소득의 미국 출신 학부모 가정은 28%에 그쳤다.
이에 따라 맨해튼과 브루클린의 부자동네 공립학교에는 외국 출신 학생들의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파크 슬르포의 공립학교에서 13년째 교장을 맡고 있는 엘리자베스 필립스씨는 "외국 출신 학생 비율이 지금처럼 높았던 적은 없었다"며 "특히 이 지역에 잘사는 외국인 가정의 비율이 이처럼 높아진 것도 전례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다른 대도시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로스앤젤레스와 시키고 등의 경우 연소득 15만달러 이상의 외국인 부모들 가운데 60% 정도가 공립학교를 보내는데 이는 미국인 부모 가정보다 높다.
반면 미국 전역으로 보면 두 그룹 간에는 별 차이가 없다. 미국 출신 학부모의 73%와 외국 출신 학부모의 76%가 공립학교를 택하는데 이는 시골 출신의 부자 학부모들은 여전히 공립학교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 출신의 부자 학부모들은 학교를 선택하는데 있어 교육의 질이나 비용, 위치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했지만 무엇보다 공립학교 학생들이 경제적, 인종적으로 다양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신들이 이민자로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는데 자녀에게도 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잉글랜드 출신으로 뉴욕에 거주하는 린 볼런 씨는 "공립학교에 간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인종과 가치 등 철저하게 새로운 세상에 던져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자녀들을 그런 상황으로부터 차단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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