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에 나는 한 대형 스포츠 샵에서 크리스마스 샤핑을 하고 있었다.
몇가지 안되는데 100불이 넘잖아 하면서 손에든 물건 가격들을 더해보고 있었다.
이때 몇사람 앞에 있던 청년이 하나 돌아 서면서 "한국사람 이세요?"라고 묻는다. 그는 25달러짜리 쿠폰을 하나 건네주면서 컴퓨터에서 뽑아온 쿠폰인데 혹시해서 2개 가져 왔는데 한 사람이 두개를 쓸 수 없어서 네게 하나 준다고 했다.
예기치 않은 이 할인 쿠폰을 손에 쥐고 이 즐거운 횡재에 물론 감사했고 다음은 속으로 “하느님, 조상님, 부모님 제가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게 한 것 정말 감사 드립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엊그제 또 한 번 같은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여자 분이였는데 똑 같이 “한국 분이세요"로 시작한다. “여기 10달러짜리 쿠폰이 남는데 저는 이미 하나를 썼고 며칠만 지나면 이것도 못 쓴데요. 그러니 이것 쓰세요."
동포애가 바로 이런 것 일까 생각하며 마치 친척이나 옆집 한국 아줌마를 낯선 곳에서 만난 듯 갑자기 목이 메어온다.
며칠 전 우간다에서 이민 온지 20년이 됐다는 약국 손님 여자분 하나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어머니를 만나러 자기 나라를 다녀온다고 한다.
가는데 20시간 비행기로, 그리고 오는데 20시간(왕복 40시간) 비행기 값은 2,400달러라고 얘기한다. 내가 한국이 멀어서 비행시간이 길다고 또 비행기 값이 비싸다고 계속 불평했던 내 자신이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그런데 그녀 얘기가 그것이 문제가 아니고 정말 가기 싫은 이유는 거리는 더럽고 돈을 달라는 거지가 몇 발자국 마다 손을 내밀며 따라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척들은 아예 리스트를 만들어 자기가 왜 돈이 필요한가를 간절히 설명 한다는 것이다. 먹고 사는 것 마저 힘든 나라라며 한숨을 쉬는 것을 보며 나는 또다시 그래도 발전하는 대한민국에 태어나게 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하면서 또 기도를 한다.
얼마전 뉴욕 전철에서 밑으로 떠 밀려져 사망했다는 한국 사람의 이야기는 아마 오랫동안 우리의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만일 그곳에 한국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아마 소리소리 지르며 모든 이에게 구조를 요청했을 것이다.
나는 동창회 연말 모임에서 이 뉴욕 얘기를 다시하면서 만일 내가 넘어졌다면 누가 가까이서 달려오겠냐고 했더니 모두들 물론 우리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이 얼마나 내 생애에 중요한 사람들인지 특별한 인연인지 새삼 느끼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샴페인을 터뜨리고 “가까이 있어 친구 되어 주어 감사 합니다" “사랑 합니다"를 큰 목소리로 서로 전했다.
한해를 보내며 내 주위의 특별한 모든 인연들에 새삼 감사하며 그들의 안녕과 행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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