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가 말하는 델리는 미리 조리된 식품을 판매하는 Delicatessen Store의 준말이다. 60년대 말 한국인의 미국이민이 본격화하고, 70년대 접어들면서 많은 한인들이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이때 초기 이민자들이 용이하게 착수할 수 있는 요식업 중의 하나인 델리 사업에 한인들도 접근, 80년대 이후 델리 업은 한인들의 주종 비즈니스 중 하나가 되었다.

뉴욕에서 식품관련 업종 가운데, 한식을 취급하는 한식당이나 주로 흑인/히스패닉 밀집지역에서 영업하는 야채 가게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이 델리 업소라고 말할 수 있다. 세탁업과 더불어 미국의 주류인 백인들과 가장 접촉이 잦은 직종일 뿐 아니라, 사업을 시작할 때 투자금이 많이 드는 비즈니스로 인식되고 있다. 장사가 잘 될 위치의 임차 보증금과 월 임차료가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위치에 걸맞은 장비와 실내장식에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인이 운영하는 델리는 주로 목 좋은 코너에 위치해 있으며 내부에는 샐러드 바가 설치되어 있고, 매상을 높이기 위하여 식품과는 관계없는 꽃들이 비치되어 있다. 샐러드 바는 공인된 사료는 없지만, 한인들이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30년 동안 한인 델리 비즈니스 성공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그 샐러드 바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맨해턴에서 카페/델리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PAX, 카페 유로파, 카페 메트로 등을 보면 이제는‘비위생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1980~90년 대 샐러드 바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브랜드는 메뉴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뉴요커들이 선호하는 멕시칸 음식인 부리토나 타코는 물론, 유기농 식품을 취급하기 시작하였고, 김치 등 세계적 건강식품을 올려놓고 있다. 주인인 한인들이 넋 놓고 있는 사이 김치가 외국인들에 의해 도용당하고 있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불어 닥친 금융위기 이후 한인들의 델리 업계는 타 인종들보다 더 고전하는 양상이다.

영업의 결과는 매상이라는 숫자로 계상된다. 요식업 특히 델리 가게의 매상은 가게로 오는 고객, 배달 그리고 케이터링으로 구성된다. 가게 손님이 매상의 50%, 배달 매상이 35~40%, 나머지가 케이터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론이다.

그러나 20년 이상 맨해턴 중심가에서 영업하고 있는 한인 델리업소들조차 변화하는 뉴요커들의 미각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다. 배달이나 케이터링 시스템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전화 담당 직원도 없고, 케이터링 세일즈맨도 없을 뿐 아니라, 배달의 중개매체인 인터넷 Delivery.com에도 grubHub.com에도 구좌가 개설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니 일은 소처럼 하면서도, 매상은 경쟁업소들의 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임차료와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이들 업주에게 ‘노후 대책’이라는 단어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선수 축에도 못 끼는 사람들이 프로선수들과 경쟁하다 기권, 탈락, 급기야는 파산이라는 극한상황을 맞는 일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한인 델리 업계가 비상이다. 응급실에서 긴급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엄청난 고초를 당하기 전에 동종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고객들의 행태와 미각을 꽤 뚫고 있는 현지 태생 컨설턴트에게 자문을 청해 보는 것도 파국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