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듀오 ‘언터쳐블’의 슬리피(29)와 디액션(28)은 2011년 8월2일 나란히 의정부 102 보충대로 향했다. “디액션이 자고 있을 때 동반입대를 신청했어요. 혼자 가기 심심하더라고요. 하하."(슬리피)두 사람은 올해 5월 나란히 전역신고를 했다. 어쩌면 느닷없었을 입대와 2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낸 디액션은 “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 먼 길을 돌아온 것 같기도 하고…"라고 돌아봤다.
고등학교 때부터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하면서 단 두 번 다퉜다. 역시나 ‘음악’ 때문이다. “지금은 눈치를 위트 있게 줄 수 있는 사이에요."(디액션)오랜 언더그라운드 생활, 고생을 함께한 덕분이다. “매일 라면만 먹었다" “난방비를 아끼려고 한겨울에도 옷을 껴입고 잤다"고 클럽 무대에 오르던 시절을 추억했다. 거리로 나가 전단을 나눠주는 일도 그들의 몫이었다. 라면이 지겨워졌을 때 고교 시절 함께 ‘힙합’을 하던 수십 명의 친구 중 ‘언터쳐블’만 남아있었다.
세월을 견뎌 2006년 싱글 ‘레디 투 샷(Ready To Shot)’으로 데뷔, 2009년 첫 번째 정규앨범 ‘콰이어트 스톰(Quiet Storm)’을 내놓았지만 반응은 제목처럼 조용했다. 2009년 겨울에는 시즌송 ‘메리 크리스마스’도 발표했다. 하지만 ‘언터쳐블’식 캐럴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었다.
‘이츠 오케이’(It‘s Okay·2008), ‘언터쳐블 미니앨범 1·2’(2010), ‘회전목마’(2010) 등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힙합은 ‘팔리는 음악’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부 마니아들은 그들이 발표한 싱글과 앨범에 높은 별점을 매기며 ‘언터쳐블’을 주목하고 있었다.
“기회가 감사한 줄 몰랐다" “때는 배가 불렀었다"는 자책이 그들을 움직였다. 그리고 군생활은 큰 디딤돌이 돼 두 사람을 위로 올렸다. “곡을 만드는 게 신중해 졌어요. 예전에는 프리스타일 하듯 곡을 썼는데 지금은 마디마다 고민을 반복해요. 후회하지 않을 작품을 만들려 하다 보니 시간 많이 걸리죠. 성숙해진 것 같아요."(디액션)발표한 곡들에서 아쉬운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쌓아올리고 있는 디스코그래피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 “워낙 오래 쉬었잖아요. 예전 곡을 들어봤는데 생각도 어려 보이고 앨범 색깔도 어려 보였어요. 군대 다녀온 뒤에 초심으로 돌아간 부분이 있습니다."(슬리피)“발전하는 MC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입을 모으는 ‘언터쳐블’이 사회로 복귀한 뒤 네 번째 미니앨범 ‘트립(Trip)’을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배인(VAIN)’, 무언가에 익숙해진다는 의미와 영어로 ‘헛된’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담았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레게 보컬 쿤타의 목소리가 귀를 끈다. “최근 가수들이 피처링을 잘하는 사람보다 유명한 사람과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는 힘을 빌린다기보다 같이 호흡한다는 생각으로 함께했습니다."(디액션)쿤타의 보컬을 잇는 두 사람의 진솔한 마음을 담은 가사가 공감을 준다. “이별 노래지만 추상적으로 풀고 싶지 않았어요. 대중과 동료 뮤지션들한테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비쳤으면 좋겠습니다."(슬리피)음악 방송 등 무대에 오르며 활동을 재개하는 건 2년여 만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것 같기도 하다"는 디액션의 말에 이어 슬리피가 호소했다.
“앨범이 망하면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수록곡들을 저 혼자 듣는 거 같더라고요. 아니, 물론 저와 엄마 그리고 친구 몇명 더 듣긴 하겠죠. 물론 저희가 더 잘해야겠지만 그냥 바람이에요. 수록곡 전부를 다 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자신 있으니까."(슬리피)
<오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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