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인 다음 사전에서 ‘정치’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을 하다.’
즉, 좁은 의미로는 ‘권력의 획득과 행사’를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인간들 사이의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국제문제에서 ‘정치적 해결’이라는 표현은 ‘군사적 해결’과 대조되는 구절로, 물리적 충돌 없이 대화와 타협으로 입장의 차이를 조정하는 바람직한 방법을 가리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문화에서 ‘정치’라는 단어는 ‘위험한’ 또는 ‘불순한’과 같은 이미지로 사용되며, 누군가 “저 사람 너무 정치적이야”라고 할 때 ‘정치적’이라는 말은 사실 이해관계를 위해 속내를 감추고 솔직하지 않음을 뜻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물론 우리의 굴곡진 역사가 자리한다.
해방 후 혼란기에 “아들이 둘이면 하나는 빨치산을 만들고 다른 하나는 경찰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조적인 얘기가 있었을 만큼, 민초들에게 정치는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닌 ‘이유도 없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영문도 모르는 공포의 대상’일 뿐이었다. 통치자에 반대하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간첩으로 몰리거나 고문과 암살까지도 두려워해야했던 군사독재시절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소시민들은 아직도 정치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일을 꺼리는 경향을 갖고 있다.
그럼, 한국인들은 정말 ‘비정치적’인가?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입장과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한 갈등은 인간사회 어느 곳이든 피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러한 차이를 조정하는 사전적 의미에서의 정치행위는 본인이 의식하든 않든 사회생활을 하는 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또 한국택시를 타면 기사 아저씨들이 가장 좋아하시는 얘깃거리가 바로 정치 아닌가. 뿐만 아니라, 미국 내 한인사회를 들여다보면 마치 한국 정치현실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정치’라는 단어 자체를 불순하게 생각하는 한인들의 커뮤니티가, 막상 한국 내 정치판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다. 상처가 있을 때는 그것을 의식화해야 그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고 심리 전문가들은 말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악몽을 반복적으로 꿀 경우, 그것을 계속 기록하고 의식화시키면 악몽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젠, 과거의 가슴 아픈 역사에서 비롯된 ‘정치에 대한 트라우마’를 딛고 발돋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보수’로 분류되는 박근혜 정부마저 “통일은 대박”이라고 선언한 마당에, 무력 아닌 평화통일을 원한다면 ‘정치적 해결’ 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이젠 ‘정치’라는 것을 ‘대화와 타협이라는 평화적 수단에 의지하는, 인간 사이의 갈등 해결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현실적 방법’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자. 좀 더 많은 이들이 이렇게 건설적인 시각으로 지역사회에 참여한다면, 우리 한국인들도 유태인들 부럽지 않은 탄탄한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한국민족이 유태인들 보다 못 한 점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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