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한국 국민들에게 실소와 분노를 번갈아 가며 안겨줬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결국 해임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진숙 전 장관은 인준 청문회 당시부터 자질과 능력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됐던 인물이다. 전문지식의 부족을 드러낸 것은 물론 어처구니없는 발언 퍼레이드까지 벌여 개그콘서트 시청률을 떨어뜨린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그를 ‘모래 속의 진주’라고 두둔하며 임명을 강행했다. 윤 전 장관의 추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경제학에는 ‘정보비대칭’이라는 개념이 있다. 제품과 관련해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 발생하게 되는 역선택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재닛 옐런 FRB 의장의 남편인 조지 애컬로프 MIT 교수가 처음 소개한 이론으로 그는 이 공로로 지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중고자동차 시장이다. 중고차의 경우 판매자는 자동차의 역사와 문제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지만 구매자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정보비대칭은 문제투성이 자동차를 뜻하는 ‘레몬 카’의 구입을 초래하게 된다.
인사에서도 흔히 정보비대칭이 작용한다. 인사 후보들은 자신의 능력과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인사권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정보비대칭은 종종 ‘레몬 인사’를 부른다.
그런데 인사 실패가 사적인 영역에서 일어난다면 수습도 쉽고 여파도 그리 크지 않지만 공적인 영역, 특히 고위 공직자들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국가 살림은 물론 정권의 신뢰와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위 공직자들을 임명할 때 자질과 능력, 도덕성 등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한 청문회가 열리는 것이다. 정보비대칭에 따른 인사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다.
청문회 제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후보자들의 하자를 가려내는 데 어느 정도 유용성을 보여 왔다. 중고차 시장에 나온 차량이 어떤 사고 전력을 갖고 있는지를 체크해 주는 카팩스 서비스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윤진숙 전 장관의 경우 청문회에서 민낯이 거의 다 드러났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하자 투성이의 자동차 구입을 고집한 것이다. 그런 자동차가 주행 중 멈춰 서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다.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후보자가 자신의 능력에 비해 과분한 자리를 제의 받았을 때 이를 고사할 줄 아는 분별력을 보이는 것이겠지만 이것은 명예를 쫒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극복해야 하는 일이니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최소한 청문회와 평판 조사 등을 통해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을 때 임명권자가 과단성 있게 그 카드를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쓸데없는 자존심과 아집으로 인사를 밀어붙이면 치러야 할 대가만 더 커질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인사 문제로 잇단 곤욕을 치러왔다. 대통령의 방미기간에 성 추문을 일으켜 낙마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도 그 가운데 하나다. 윤창중 대변인 임명 당시 그의 평판과 관련한 무수한 제보가 들어갔음에도 대통령은 이를 묵살했다.
한두 번의 인사실패는 실수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실패는 더 이상 실수가 될 수 없다. 인사권자의 사람 보는 눈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간신히 낙마는 면했지만 위태로워 보이는 함량미달 고위직들이 여전히 적지 않게 눈에 띈다. 대통령은 이들에게 경고만 계속해 날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사 판단력을 심각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작은 배에 너무 큰 돛을 달아주면 그 배는 기우뚱거리게 된다”고 말했다. 강만 오가던 작은 배에 너무 큰 돛을 달아 바다에 띄우면 그 배는 넘어지게 돼 있다. 하지만 뒤집혔다고 해서 작은 배에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책임은 턱없이 큰 돛을 달아준 사공에게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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