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됐지만 병들고 돈 없으면 변변히 치료도 못 받고 꼼짝없이 죽어야 하는 나라가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면서도 극심한 빈익빈 현상으로 생활고에 지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속출해 자살률 세계 최고의 나라로 ‘자살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 모국에 관한 우울한 얘기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단칸 지하 셋방에서 살던 60대 초반의 어머니와 30대 초.중반의 두 딸이 좁은 방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동반자살하면서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를 남겼다. 봉투엔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생활고를 못 이기고 세상을 떠나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어느 뉘에게도 누를 끼치지 않으려 했던 천사 같은 사람들이었기에 안타까움이 더하다.
세 모녀는 떠나면서 그랬다. “죄송하다”고. 그러나 정작 죄송한 것은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무심한 정부와 비정한 사회다. 근로능력 없는 세 모녀가 최소한의 복지 혜택만이라도 받을 수 있었더라면 그토록 허망하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4대 중증질환 가운데 하나인 뇌졸중으로 쓰러져 실직했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을 얻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울산의 40대 남성이 번개탄을 피운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얼마나 쪼들렸으면 월 20만원인 단칸방 월세조차 1년 반 동안이나 내지 못했을까. 그는 숨지기 직전 주변 지인들에게 “밀린 전기요금만이라도 대신 내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버려진 국민의 서러운 죽음은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돈 없고 아프면 이처럼 외롭고 원통하게 죽어야만 하는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는 곳이 바로 21세기 대한민국이다. 허구한 날 들려오는 참담한 사연들을 제한된 지면에 어찌 다 옮길 수 있으랴.
모든 국민은 국가의 보호 아래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런 국민이 단지 돈이 없어 삶을 포기해야 한다면 정부는 왜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에만 무려 14,16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제껏 그래왔듯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이 기득권 세력에 의해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배척되는 한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생활고로 인한 자살률 급증은 따지고 보면 대선 복지 공약을 파기한 현 정부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마치 자신의 책임과는 무관한 것처럼 행동한다. 대선 후보 시절 당선되면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확대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100% 대한민국, 병원비 걱정 없는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던 공약은 어디로 갔는가. 공약 내용도 제대로 모르면서 참모들이 써준 원고를 들고 나와 그대로 따라 읽은 한심한 후보를 믿고 표를 몰아준 과오를 선량한 국민들이 지금 하나뿐인 목숨으로 갚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그랬다. “국민들이 속아 표 찍어 대통령 됐다”고. 억울하지 않은가. 억울하면 2017년 다음 대선에선 감언이설에 속지 말고 제대로 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 기필코 모두가 사람답게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도록 해야 할 것이다. 희망이 있으면 버틸 수 있지만 절망하면 모든 게 끝이다. 이제 임기가 4년도 ‘채’ 안 남았다. 어찌 보면 잠깐이다. 고통스럽지만 절망하지 말고, 엄동설한에 봄을 기다리듯 2017년을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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