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발의 ‘시간당 12달러’ 공화당 수용 가능성은 희박
▶ 요식업체 “감원 이어질 것”에 중간시급과 격차 개선 필요
[최저임금 인상 논쟁 - 찬반 주장과 향후 전망]
지난달 말 파격적인 내용의 연방 최저임금 인상안이 발의되면서 이에 대한 찬반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의 반대로 연방 최저시급 상향조정안의 의회 통과 가능성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계층간 소득 불평등이 2016년 대통령 선거의 핵심이슈로 일찌감치 자리를 굳힌 데다 최저임금을 생계임금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노동현장의 목소리 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핵심내용
민주당의 패티 머레이 상원의원(워싱턴)과 바비 스캇 하원의원(버지니아)이 지난달 30일 공동으로 제안한 법안은 오는 2020년까지 시간당 7.2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2달러로 66%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최저임금 기준선을 시간당 8달러로 끌어올린 후 2020년까지 매년 1달러씩 연차적으로 인상하는 방식으로 연방 최저임금을 전국 중간시급(nation’s median hourly wage)의 최소 50% 수준으로 상향하자는 제안이다. 연방 최저임금을 전체 근로자들의 중간임금과 연계시켜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간시급은 17.09달러였다.
인플레율을 감안한 연방 최저임금과 전국 중간시급과의 격차가 가장 좁았던 해는 지난 1968년으로 당시 최저임금은 전국 중간시급의 52%에 달했다. 반면 2014년 연방 최저임금 수준은 전국 중간시급의 37%선으로 떨어졌다.
세계 최대 노동단체인 미국 노동총동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는 민주당의 임금인상안이 통과될 경우 연방 최저임금은 전국 중간시급과의 대비에서 1968년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 의회 통과 전망
법안을 공동 발의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 법안이 의회에서 채택될 경우 총 3,800여만명의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회가 파격적인 임금인상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민주당이 제안한 연방 최저시급 39% 인상안이 하원에서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부결된 사실을 지적하며 이보다 인상폭이 훨씬 큰 법안이 의회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시간당 7.25달러인 현행 연방 최저시급은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점진적으로 인상됐으며 전체 오름폭은 41%였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상원과 하원을 ‘분할 통치’했던 2014년 연방 최저시급을 10.10달러로 올릴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 의회에 상정됐지만 끝내 승인을 받지 못했다. 당시 하원의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은 더 나쁘다. 2014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완패함에 따라 의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수중에 통째로 떨어진 상태다.
공화당은 연방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영압박으로 업주들이 고용 축소를 단행, 실업률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반대논리를 견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연방 최저임금 인상이 완전히 물 건너간 것으로 예단하기 힘들다. 비록 ‘공화당 천하’인 114차 의회 회기 내에 최저임금 인상안이 의회를 통과할 공산이 현실적으로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저조한 임금 성장률과 계층 간의 소득 불균형이 2016년 대통령선거의 핵심이슈로 일찌감치 떠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보태 뉴욕타임스와 허핑턴포스트를 비롯한 유력 언론이 다투어 연방 최저시급 인상에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하며 본격적인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도 대권을 노리는 여야 정치인들의 ‘방향설정’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팁수령 근로자 최저임금제 폐지 조항
이번 연방 최저임금 인상안에는 팁을 받는 서비스업 근로자들에게 적용 중인 최저임금제를 폐지하자는 내용도 담겨 있다. 민주당은 이 조항을 삽입함으로써 이전의 다른 임금인상안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웨이터를 비롯, 팁을 받는 근로자들에 대한 연방 최저시급은 1991년 이후 줄곧 2.13달러에 고정되어 있다. 따라서 서비스업 등 팁에 의존하는 업종 종사자들은 상당한 액수의 팁을 챙겨야만 현행 시간당 연방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민주당이 상정한 법안은 이들에게 적용되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일반 최저시급과 동일한 수준에 오를 때까지 매년 1달러씩 연차적으로 올릴 것을 규정하고 있다.
▲ 일자리 대폭감소 우려
업종을 불문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업주들은 드물다. 하지만 ‘반발지수’와 온도차는 업종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전체 최저시급 근로자들의 절반가량을 고용하고 있는 요식업체들이다.
전국식당협회의 노동인력 담당 수석부사장인 안젤로 아마도르는 “현재 요식업체들의 이윤폭은 면도날만큼이나 얇다”며 “연방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팁 수령자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제마저 폐지하면 요식업체 고용주들의 지속적인 초급 인력 채용능력이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얼마 되지 않은 이윤을 보존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원과 신규고용 동결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식자재비와 인건비 압박 요인을 고객들에게 떠넘기는 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의회 예산국(CBO)의 보고서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CBO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시간당 연방 최저임금이 10.10달러로 오를 경우 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현재 7.25달러인 연방 최저시급이 시간당 9달러로 인상된다 해도 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게 CBO의 추산이다. 이는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위축을 불러올 것이라는 공화당의 반대논리와 궤를 같이 한다.
▲ 29개주 최저시급 연방 기준치보다 높아
현재 전국 29개 주와 수도 워싱턴을 품은 컬럼비아 특별구가 연방 기준치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제공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지난 2년 사이에 시간당 최저임금을 인상한 17개 주 가운데 알래스카, 아칸소, 네브래스카 등 유권자들의 보수성향이 확연히 드러나는 주들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대선과 총선에서 공화당 우세주로 분류되는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들이 주 정부 차원의 최저임금 인상 대열에 합세했다는 사실은 소득 간 경제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설사 내년 11월 대선과 총선을 거쳐 2017년 1월로 마감되는 114차 의회 회기 중에 최저임금 인상안이 처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논의가 계속될 것임을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국 50개 주 가운데 2015년 현재 시간당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곳은 매서추세츠주로 이곳의 최저시급은 주 의회의 결정에 따라 오는 2017년 11달러로 올라간다.
연방 정부나 주 정부보다 더 높은 최저임금을 채택한 지방자치 단체들도 적지 않다.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등 몇몇 도시의 시 조례는 근로자들에게 최고 15달러의 최저시급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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