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축소로 실직사태 우려
▶ “인상 요구폭 지나치다” 속 “소비자 구매력 증가 효과”...12달러선서 절충 가능성
[기업 최저임금 인상 러시 속 “2배 올려달라”]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패스트푸드 음식점 종업원들의 시위가 최근 전국 수십 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이들의 주장은 6년째 꼼짝 않고 있는 연방 최저시급을 15달러로 올려달라는 것으로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바닥 임금’을 올려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이들이 요구하는 가파른 인상폭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시간당 7.25달러로 책정된 최저 연방 시급을 15달러로 올리면 상향조정 폭은 사상 최대치에 해당하는 107%에 달하게 된다. 미국에서 연방 최저임금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것은 1938년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공정 노동기준법이 마련되면서부터다.
그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인상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최대 단일 인상폭은 1951년에 기록된 88%였다. 당시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40센트에서 75센트로 껑충 뛰었다. 연방 최저임금은 2009년까지 3년간 점진적으로 41%가 오른 것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3개년에 걸친 단계적 인상에 따라 2007년 시간당 5.15달러였던 연방 최저임금은 현재의 7.25달러로 올라갔다.
요식업체 근로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연방 최저임금 15달러는 올해 2월을 기준한 비매니저급 패스트푸드 종업원들의 평균시급인 9.53달러에 비해 57%가 높은 수준이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종업원들의 임금이 이와 유사한 누적 인상폭을 기록하는데 걸린 시간은 꼬박 18년.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1998년 당시 간이음식점 평직원들의 평균시급은 6.10달러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해 가며 패스트푸드 업소 종업원들의 최저 연방 임금 107% 인상 요구는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민간부문 최저임금 인상 러시
간이음식 종업원들의 시위는 부분적으로 맥도널드와 월마트, 타겟 등 민간업체들의 임금인상 발표로 인해 촉발됐다. 이들은 최근 자사 근로자들의 초임을 연방 최저임금인 7.25달러를 훌쩍 웃도는 시간당 10달러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패스트푸드 종업원들이 요구하는 시간당 15달러의 임금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긴 하지만 대형 민간업체들의 사내 최저임금 인상 러시는 현재의 연방 기준으로는 비숙련 일손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상황을 보여준다.
이미 자체적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 이상으로 책정한 민간기업들도 적지 않다. 건강보험회사인 애트나는 지난 1월 최저임금을 시간당 최소 16달러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시애틀에 위치한 신용카드 프로세싱 업체인 그래비티 페이먼츠도 얼마 전 전체 직원들의 평균 연봉 하한선을 7만달러로 책정했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35달러에 해당한다.
▲ 최저임금 인상의 득과 실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양날의 칼’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근로 빈곤층’에 속한 비숙련 노동자들의 소득이 증가하겠지만 고용주들이 인건비 압박을 피하기 위해 업무 자동화와 해외 노동력에 눈길을 돌림에 따라 대략 실직사태가 뒤따를 수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최저임금 상승이 실업률과 인플레를 초래해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시간당 연방 최저임금을 15달러가 아닌 12달러 선에서 조정한다면 소비자의 늘어난 구매력이 이 같은 부작용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일한 논리로 인건비 상승이 경영 압박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영세 식당업주의 고민도 풀어낼 수 있다. 업주는 가격 인상으로 인건비 상승분의 대부분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긴다. 그러나 경기 확장에 따른 소비자들의 강화된 구매력이 영업위축과 경영난이라는 후유증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학자들은 최근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릿 저널 등에 기고한 글을 통해 서비스 업종, 그 중에서도 특히 저임금 일손 의존도가 높은 요식업계의 인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식으로건 임금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식품 서비스업 소속 바닥임금 근로자들의 연방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라기보다 인상폭을 어느 선으로 할 것인지가 쟁점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 시급 15달러짜리 일자리
그렇다면 현재 시간당 15달러가량의 보수가 주어지는 일자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벽돌공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건축 현장에서 벽돌을 쌓는 일을 담당하는 벽돌공은 2014년을 기준으로 시간당 평균 15.12달러를 벌어들인다.
다음은 시간당 평균 14.85달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난 약사 보조를 들 수 있다. 이외에 상품 조립과 생산을 담당하는 전형적인 공장 노동자도 비슷한 소득그룹에 속해 있다. 이들의 평균 시급은 14.78~15.25달러 선이다.
벽돌공이나 약사보조, 공장의 생산라인이나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버거 플리퍼’로 통하는 패스트푸드 업소 종업원들에 비해 더욱 숙련된 기술을 갖추고 있다. 버거 플리퍼는 ‘빵 뒤집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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