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생각법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인생이라는 승부에서 이기고 싶다면 또는 삶의 기로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 바로 생각 속으로 들어가라.
바둑으로 세계 제패를 이룩한 조훈현 국수. 그가 근래 출간한 저서 ‘고수의 생각법’에 수록된 ‘생각 속으로 들어가라’ 편에 나오는 글이다.
승부사로써 평생을 살았으며 바둑으로 세계 정상을 정복한 후 최고 정상에 오른 자만이 볼 수 있는 혜안(慧眼)의 눈으로 한마디 인생훈수를 하는 것이다.
바둑은 생각으로 시작하여 생각으로 끝이 난다. 예측하기 힘든 상대의 공격 어느 쪽으로 쳐들어 올 것인가.
마주앉은 상대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바둑판을 한없이 내려다보고만 있다. 반상에는 덩그러니 여러 개의 돌이 놓여 있다. 상대는 장고(長考)에 빠져 있는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런 상대를 두고 그 역시 생각 속에 빠져 들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쌍방 간의 머리싸움인 치열한 수읽기가 시작된 것이다. 주위는 정적이 흐르고 무심한 시계 소리만 들리건만 대국자의 머릿속에서는 뇌성이 자욱한 포성이 터지고 적군의 함성이 마구 들려온다.
물러설 수 없는 공방전(攻防戰)이 조그마한 바둑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한판으로 40만 불이라는 상금이 전리품(戰利品)이 된다.
바둑의 최고수들은 보통 수읽기에서 상황에 따라 많게는 50수, 적게는 10수 앞을 내다본다.
한 수 한 수 상대의 착점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수읽기가 뒤따른다. 그러기에 생각하기를 멈출 수가 없다.
초읽기
일본의 명인 바둑대회의 경우에는 요즈음도 각자 제한시간 10시간이 넘는 대국을 한다. 휴식시간을 포함하다면 이틀에 걸리는 장기전이다.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대국자는 초읽기에 몰린다.
초읽기란 각자 제한시간을 다 사용한 후 보통 30초 내지 1분 내에 착점해야 하는 대회 규칙을 말한다. 제한시간 내에 승부를 가리려는 의도이다.
급변하는 현대바둑에서는 초 속기 바둑도 등장하여 대회에서도 각자 제한시간 20분에 3번의 30초 초읽기가 보통으로 상용된다. 이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 것이다.
초읽기에 들어가면 대회 계시원이 10초전에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하나둘 세기 시작하여 열을 셈과 동시에 시간패가 선언되는 것이다.
바둑을 아무리 잘 두었어도 초읽기에 걸리면 시간패로 허무하게 승부가 끝나는 것이다.
프로기사들은 절대로 상대방의 한 수 한 수를 바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 속으로 들어가라
주위사람들이 조 국수에게 궁금해 한다. 짧은 시간에 어떻게 빠른 판단과 수읽기를 할 수 있는가 하고. 이에 대해 그의 대답은 “현재의 나로서도 알 수 없다. 나는 그저 생각 속으로 들어갔을 뿐이다. 내가 수를 찾아낸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답을 찾아내 주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비세이거나 승세이거나 그 어떤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하고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그냥 생각 속으로 들어가면 최선의 수가 나온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란 있을 수가 없다. 이겨야한다는 욕심과 아집이 아니라 아직 이길 기회가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아준다는 믿음으로 대국에 임한다고 그는 말한다. 생각의 위대한 힘의 신봉자(信奉者), 생각의 달인다운 대답이다.
어떠한 분야이든 최정상에서 오른 자만이 볼수있는 안목(眼目)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은 행동이자 선택이다. 단한번의 잘못된 판단을 하더라도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그런 결단을 내렸는지 다 드러나게 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수를 극복한 자만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실수도 수(手)라고 하지 않던가.
바둑용어
국수 - 바둑이 한 나라에서 으뜸가는 사람
훈수(訓手) - 바둑을 옆에서 가르쳐 줌
수읽기 - 바둑 수를 헤아리는 것
choi1581@daum.net
풍운재 최환정(Charles Choi)
미국바둑협회(AGA) 공인 7단
워싱턴바둑동호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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