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을 받고 신약 실험에 참여한 청년 박구(이광수)가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다. 박구와 ‘썸’을 타던 ‘취준생’ 주진(박보영)은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구를 제약회사에 되팔고 보상금을 받는다.
지방대 출신 기자지망생 상원(이천희)은 방송사가 파업한 시점에 면접을 보고 박구와 주진이 관여된 ‘생선녀 사건’의 전말을 취재해 오면 정규직 전환을 고려하겠다는 제의를 받는다. 생선인간의 존재를 인터넷에 올렸다가 하루아침에 거짓말쟁이로 몰린 주진은 자신을 찾아온 상원과 함께 박구의 모습을 담기 위해 제약회사로 잠입한다.
“20분 단편으로 만들었으면 아주 죽였을 것 같다”는 누군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돌연변이’는 신인감독의 재기발랄함과 N포 세대에 대한 연민 그리고 세상을 냉소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따뜻한 시선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영화다.
‘줄기세포 사건’부터 ‘MBC 파업’ 등 사회를 달군 사건부터 청년실업, 언론의 왜곡보도, 대중의 냄비근성, 무한경쟁, 세대 간 편견, 폭력에 무감해진 사회의 민낯까지 두루 아우른다.
무엇보다 이를 바라보는 신인감독의 재치가 낄낄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다가 ‘세상은 요지경’에 대한 반복된 풍자는 점점 웃음을 잃게 만들고 어느 순간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주도하는 극 전개 방식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주요인물과 그들이 엮어가는 사건이 이야기의 중심에 굳건히 버티고 있어야 하는데, 인턴기자 상원(이천희)의 내레이션이 흐름을 끊어서다. 감독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재미있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아직 갈피를 못 잡은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응원하고 싶은 영화다. ‘좋은 스펙’과는 거리가 먼 청춘들의 분투가 짠하고 때로는 닭살 돋는 ‘진실’이라는 단어가 이 영화에서만큼은 진정성 있게 다가와서다.
생선인간 ‘구’가 주인공일 것 같지만 사실은 상원이 주인공이다. 구는 왜 이렇게 모든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존재다. 생선인간 구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풍경과 그를 통해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생선인간을 연기한 이광수는 이 영화에서 단 한 번도 진짜 얼굴을 내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웃는 모습의 사진으로만 등장할 뿐이다. 굳이 무명배우가 아닌 개런티가 비싼 이광수를 왜 캐스팅했나 싶을 수도 있지만 그가 이광수라는 것을 알고 보는 게 훨씬 몰입에 도움이 된다. 상업성을 위해서도 나은 선택이다.
생선인간 구는 말한다.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 되고 싶었어요.” 학교 졸업해 취직하고 애 낳고 사는 ‘평범한 삶’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세상이다. 권오광 감독은 한국 최초로 제66회 칸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세이프’의 각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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