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마를 무렵 희미하게 알 수 있었지.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할 말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25일 오후 경기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는 가수 신해철(1968~2014)이 속했던 밴드 ‘넥스트’의 ‘“날아라 병아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신해철의 1주기(27일)를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500여명의 팬들이 모였다.
‘마왕’(신해철의 별명)이 좋아하던 색이라는 이유에서 가슴에 보라색 작은 리본을 단 팬들은 병아리 색 메모지에 신해철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본관 안에 걸린 현수막에 달았다. 신해철의 편안한 긴 잠을 기도하는 마음이 모였다.
“신해철 아저씨 저한테 ‘굿바이 얄리’랑 ‘민물장어의 꿈’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을게요. 다음 세상에도 얄리가 기다릴 거예요. 9살 윤선이가”, “사랑하는 마왕.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러 다시 또 만나러 오게 되었어. 우리가 어떻게 지내는지 1년에 한 번 씩은 확인하고 싶다고 했었지? 난 약속 지켰으니 그곳에서 행복해야해”
오후 1시30분 추모미사로 시작한 추모식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Here I stand for you)는 밴드 넥스트를 함께 한 동료 이현섭과 팬 대표 이승우군의 추모사 낭독으로 이어졌다. 부인 윤원희(38)씨, 딸 지유(9), 아들 동원(7)과 유가족들이 맨 앞자리를 지켰다.
“신해철 형님의 발자취는 한국 대중음악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아직도 우리는 형님을 존경하고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합니다.… 형님이 있었기에 든든했고 너무나 존경했고 행복했었다고 너무나 감사했고 사랑했다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겠노라고."(이현섭)
“그는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줬습니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고민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줬습니다. 그는 떠났지만 우리는 그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도 각자의 삶 속에서 위로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공감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겠습니다.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요, 또한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요."(이승우)
교복을 입고 추모사를 낭독한 고등학생 팬 이승우군은 자신은 “한 번도 그의 실물을 본 적이 없는 팬"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9월20일 공연을 예매했으나 학교 행사와 날짜가 겹쳐 다음을 기약하며 예매를 취소했지만 그게 그의 마지막이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함께 울먹이는 팬들을 위로하는 듯 신해철의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 등이 울려 퍼졌다.
이날 납골당에 안치돼 있던 신해철의 유해는 딸 지유양이 그린 그림과 ‘빛이 나는 눈동자가 있어서 우리를 보고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두 아이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설계된 야외 조형물에 옮겨졌다. ‘아빠 고마워요 그리고 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해요’(동원), ‘아빠 사랑해요~ 뭐하고 계세요?’(지유)라고 적힌 아이들의 편지와 신해철이 좋아하던 물건들, 트로피 등이 함께 놓였다.
“딸 아이가 아빠 묘비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엄마의 한 마디에 종이를 가져와서 3초만에 그린 그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딸의 디자인으로 완성된 묘비에 안치된거니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아빠로서는 기쁘게, 편안히 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윤원희)
이날 추모식은 가족과 팬들의 헌화와 이현섭의 선창으로 함께 부른 추모곡 ‘민물장어의 꿈’으로 마무리 됐다. 생전에 신해철이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노래다.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한편 다가오는 1주기 당일에는 유작 3곡을 포함해 ‘더 늦기 전에’ ‘그저 걷고 있는 거지’ ‘길 위에서’ ‘힘을 내’ 등 고인의 숨어 있는 명곡까지 총 40곡이 실린 ‘웰컴 투 리얼 월드’(Welcome to real world) LP판이 출시된다.
<조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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