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와서 혼자 외로워하고 있을 때였다. 설렘이 줄어들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갈 때쯤 아빠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당신의 자녀는 당신의 자녀가 아닙니다…”로 시작하는 시였다. “아이들은 큰 생명의 아들 딸이니, 그들은 당신을 거쳐서 왔을 뿐 당신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당신과 함께 있기는 하지만 당신의 소유는 아닙니다…” 칼릴 지브란이라는 시인의 시라고 하셨다. 아빠는 담담하게 시를 인용하여 타지에 있는 딸에게 뒤를 돌아보며 그리움에 주저앉지 말고 나의 길을 걸어가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빠의 마음이 그대로 시에 녹아있었다. 따뜻하고 간결하게 이야기하듯 말하는 그 시는 나와 아빠의 마음을 참 많이 어루만져 주었다.
그때 처음 칼릴 지브란을 만났다. 그동안은 외국시인을 별로 좋아한 적이 없었다. 언어나 문화적 공감대가 나와 맞지 않았는지 한국시에서 느낀 감동을 느낄 수 없었기 떄문이다. 하지만 칼릴 지브란의 시들은 인류 공통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했다. 그때 느낀 감동 이후로 내내 칼릴 지브란의 시를 옆에 끼고 살고있다.
그의 시는 여러번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한다. 마치 종교서적을 읽고 있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철학책을 읽은 듯 여러 생각이 드는 그의 시는 하나로 분류될 수는, 한마디로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부분을 읽고 또 읽고, 책을덮고 생각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내 마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렇게 한참을 내 어린시절 마음, 질투의 마음, 사랑의 마음 등 다양한 나와 이야기 하다보면 감동이 밀려 오는 것이다.
그의 시는 옆에 두고 읽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읽은 칼릴 지브란의 시는 또 옛날과 달랐다. 힘들 때 읽는 것과 기쁠 때 읽는 것은 또 달랐다. 와닿는 구절이 달랐고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 순간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시대를 초월한 그의 통찰력이 참 빛을 발하는구나 느꼈다. 이런 것이 시의 힘이구나, 나의 삶에 녹아들어 이야기를 하는 게 이렇게나 강력하구나.
“사랑이 그대들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하면 주저하지 말고 그를 따라가십시오. 그 길이 비록 험하고 가파를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를 감싸 안을 때면 모든것을 맡기세요…” 그렇게 오늘도 사랑과 영혼의 계곡에서 그의 목소리가 메아리를 울리며 깊게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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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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