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하루에도 10시간 이상 오랜 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지루함을 없애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려고 매장의 벽에 4개의 고성능 스피커와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해놓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람스가 작곡한 심포니 NO.4를 듣고 있었다. 휠체어에 의지하고 가게를 자주 찾아왔던 전직 중학교 교사였던 백인 할머니가 곡이 끝날 때까지 음악을 듣고 있다가 곡이 끝나자 나에게 물었다. 이 곡을 좋아하느냐고. 할머니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교향곡이라고 답해 주었다. 이런 대화가 있은 후 할머니는 나의 가게에 올 때마다 이 곡을 듣고 싶어 했다. 우리는 맑은 공기 속 가을아침의 삽상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품위 있고 지성적인 브람스의 음악에 푹 빠지곤 했었다.
어느 듯 1년이 지난 어느 가을날 혼자서 외롭게 살며 전혀 힘든 삶의 모습을 티내지 않고 언제나 미소를 띠우며 즐겁게 사는 것처럼 보였던 그 할머니가 어둑한 저녁에 나의 가게 뒤에 있는 주차장에서 달려 나오는 승용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고 말았다. 할머니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아팠으면 자살을 선택했을까. 할머니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음악보다도 어쩌면 미칠 것 같았던 지독한 고독의 늪을 떠나 고통이 없는 영원을 선택 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다음은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92세의 휠체어에 의존해서 살고 있는 일본 할머니의 이야기다. 할머니는 한류를 좋아했고 뮤지컬 가수인 임태경의 열렬한 팬이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임태경의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아 그의 공연 DVD와 CD를 구입해서 임태경의 음악을 듣는 것이 일상의 즐거움이었으며, 언젠가 임태경의 공연을 라이브로 보는 것이 할머니의 소원이었다.
나도 임태경의 음악 공연을 유튜브를 통해서 본적이 있었다. 그의 음색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마치 뮤지컬 ‘노틀담 데 파리’ 중 연인을 향한 슬픈 사랑을 애절하게 호소하는 ‘BELLE’을 노래한 세계적인 프랑스의 뮤지컬 가수인 프레이즈를 방불케 하는 호소력이 짙은 미성의 소유자였다.
할머니는 임태경에게 편지를 썼다. 당신이 죽기 전에 꼭 한번 임태경의 라이브 공연을 보고 싶다고. 임태경은 할머니를 서울로 초청했다. 할머니는 부관페리호를 타고 현해탄을 건넌 후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하여 가수 임태경을 극적으로 만났고, 임태경은 어느 카페에서 할머니를 위해 특별한 무대를 만들어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그토록 할머니가 듣고 싶어 했던 그의 노래 ‘나의 운명(my destiny)’을 불렀다. 할머니와 임태경, 이 모습을 지켜보았던 그의 팬들이 모두 커다란 감동을 나누었다.
한 편의 음악영화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 같은 할머니의 손을 꼭 쥐고 임태경이 노래 부르는 이 감동적인 장면은 얼음덩이처럼 차갑게 굳은 한국과 일본의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주는 계기가 되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대니얼 김 그린벨트,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