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들 의료용 마리화나 복용
▶ 연방법 금지불구 뉴욕 등 29개주 허용 은퇴촌 너싱홈 사용자 갈수록 늘어나 의사들 처방 꺼려, 쉽게 구하기 힘들어

루스 브룬(98)이 뉴욕시 리버데일 헤브류홈에서 의료용 마리화나를 입 안에 넣은 뒤 비타민 용해수를 마시고 있다. <뉴욕타임스/Yana Paskova>
루스 브룬은 98세의 나이에 결국 마리화나를 택했다. 한평생을 따라다닌 지긋지긋한 신경통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처음엔 환각상태로 빠져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부작용”은 찾아오지 않았다. 게다가‘약쟁이’처럼 대마초를 둘둘 말아 불을 붙인 후 뻑뻑 빨아대는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할 필요도 없다. 대마초유로 채워진 녹색 정제를 입에 넣은 뒤 비타민 용해수를 한 모금 마시면 그만이다. 브룬은 알약을 삼킨 뒤 늘 휠체어에 비스듬히 몸을 누인다. 그 자세로 잠시 기다리면 어깨와 팔, 그리고 손에서 통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녀는“취한 듯 몽롱한 기분이 들지 않아 좋다”고 말한다.
브룬이 기거하는 뉴욕시의 리버데일 헤브류홈은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입소자들을 위해 처방약의 대안으로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을 지원한다.
그렇다고 널싱홈 스탭이 마리화나를 직접 보관하거나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환자들이 지정된 진료소에서 마리화나를 구입해 자신의 방에 보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물론 구입한 마리화나를 방안 아무데나 펼쳐 놓아서는 안 된다. 반드시 잠금장치가 달린 상자 안에 넣어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해야 한다. 구입한 마리화나 정제는 환자 스스로 알아서 복용한다.
헤브류홈의 경우에서 보듯 은퇴촌에서 널심홈에 이르기까지 통증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마리화나에 의존하는 노인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많은 사람들을 마리화나를 모르핀과 같은 강력한 진통제의 대안으로 받아들인다. 마리화나는 모르핀에 비해 중독성과 부작용이 덜하다는 게 사용자들의 중론이다. 통증과 사투를 벌이는 많은 환자들에게 마리화나는 사용가능한 ‘최후의 수단’이다.
연방법이 금지하는 마리화나는 현재 뉴욕과 컬럼비아특별구를 비롯, 전국 29개 주에서 의료용 사용이 승인된 상태다. 마리화나가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빠르게 쌓여가고 있다. 신경통, 다발성경화증과 관련된 심한 근육경련,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 항암치료로 인한 구토와 구역질은 물론 파킨스병과 알츠하이머 등 여러 타입의 치매증상을 완화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전국적으로 고령층에 속한 마리화나 사용자들의 수는 여전히 제한되어 있지만 증가폭은 만만치 않다. 가장 가파른 상승곡선은 65세 이상의 시니어들 사이에서 나타난다.
마르시아 두네츠(80)는 마리화나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다른 무엇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가 가장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주변 사람들에게 의료용 마리화나로는 몽롱한 상태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아무리 얘기해봤자 소용이 없다. 편견은 무섭도록 질기다.
아이오와대학 보건정책 교수인 브라이언 카스키는 마리화나의 합법적 사용문제에 있어 “주변인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이슈”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동쪽에 자리잡은 은퇴자촌 로스무어 월넛 크릭의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 처한 노인들을 돕기 위해 자체적으로 의료용 마리화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빠른 속도로 회원 수가 늘어나 현재 530명을 헤아린다.
마리화나를 의료목적으로 이용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대마초의 안전성과 접근성에 대한 질문도 자주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사실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이 합법화된 주에서 조차 이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당수의 노인들이 ‘약’을 손에 넣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널싱홈은 마리화나 사용을 공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의사들 역시 추천을 꺼리긴 마찬가지다. 고령층 그룹에게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제까지 마리화나에 대한 연구는 숫하게 이뤄졌고, 지금도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고령자들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는 그리 많지 않다. UC샌디에고 의료용대마초연구센터 디렉터인 이고르 그랜트 박사는 “연구의 우선순위를 고령자 그룹에 두고 있다”며 “고령자들은 약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40세에게 안전한 정량이 80세 노인에겐 치명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UCLA 심리학자이자 경감치료 전문의인 토마스 스트라우스 박사는 수면제와 진통제가 노인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듯이 마리화나도 어지럼증과 정신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며 낙상의 위험을 높인다고 밝혔다. 그는 “마리화나가 고령자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해롭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대두된다”고 전했다.
대다수 널싱홈 역시 조심스런 입장이다. 여기선 마리화나 사용에 관해 “묻지도 말고 대답하지도 말라”는 ‘불문부답’이 대세다.
널싱홈 운영자들을 대변하는 콜로라도의 변호사 프레드 밀스는 “요양시설과 달리 널싱홈은 연방정부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연방법으로 금지된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을 승인했다가 행여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자금을 제공받지 못할까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널싱홈 스탭진은 자칫 형사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하지만 이제까지 입소자들의 마리화나 사용과 관련해 널싱홈 관계자들이 처벌받은 전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2년 전 고령 환자들의 마리화나 사용을 승인한 헤브류홈에는 현재 세 명이 ‘녹색 알약’을 복용하고 있다. 그 중 한명으로 파킨슨병을 앓는 전직 미술교사 마르시아 두네츠(80)는 가족을 통해 용커스에 위치한 조제실에서 의료용 마리화나를 구입한다.
브룬은 마리화나 알약의 효과가 너무 좋아 모르핀을 비롯한 다른 진통제 사용을 반으로 줄였다. 그녀의 딸 페이스 홀만(61)은 마리화나 알약 구입에 월 240달러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아직 보험커버는 되지 않는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홀만은 친구에게 부탁해 용커 제조실에서 마리화나를 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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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The New York Ti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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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도 엄연히 성분과효능이 있으니 맞는 사람한테 맞게 사용되었으면 하네요.
삶의 끝이 너무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