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인 미만 사업장 78%… “석박사급 인재 구인난”
▶ 기술개발 따른 성과 공유 등 기업도 자구노력 필요
연매출 수천억원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C사는 수년째 연구개발(R&D)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서비스(5G) 상용화를 앞두고 A사는 관련 통신설비에 들어갈 솔루션을 개발·공급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준비해왔지만 종종 연구인력 공백이 발생해 기술개발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사 임원은 “R&D팀에서 경험이 쌓여 이젠 좀 써먹을 만하겠다 싶은 직원들이 갑자기 공부를 더 하고 싶다거나 외국계 기업에 스카우트됐다며 떠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기껏 비용을 투자해 인재를 키워놓았더니 남(외국계 기업) 좋은 일만 한 셈이 됐다”고 답답해했다.
중견·중소기업들은 연구인력 확대는 커녕 현상 유지도 힘들 지경이다.
특히 석·박사급 인재 모시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실력이 있거나 이른바 ‘스펙’이 좋은 인재는 급여와 복리후생에 대한 눈높이가 더 높아 중견·중소 기술기업행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부설 연구소나 연구팀은 대부분 학사급 인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석·박사 인력 비중이 높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 공개한 ‘2018년도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산업기술 부족인력은 지난 2017년 3만4,698명에 달했다.
이는 부족인력 규모가 전년 대비 1.9%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조사 대상 기업 중 77.7%의 중소기업이 대학원을 졸업한 산업기술인력에 대해 ‘부족하다’고 답했다.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는 R&D 이외의 일반기술직도 구하기 쉽지 않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건설엔지니어링 업체 C사의 대표는 “최근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지난해 신입사원 3명을 채용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며 “면접에 오기는 하지만 합격한 뒤에는 여러 이유를 대며 입사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직원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올해에는 학력기준을 기존 4년제 대졸에서 초대졸로 낮춰 다시 채용공고를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술직 구인난은 조선업 등 주력산업에서 더욱 극명하다. 인력 매칭 사업을 하는 D사 대표는 “조선업의 경우 최근 수주에 성공하며 물량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기존에 조선업을 떠난 기술직 직원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중순부터 몇 개월 동안이나 채용공고를 냈지만 아직도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한 곳이 많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은 해외로의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인건비는 오르고 일할 사람은 구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성장동력이 있는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D사 대표는 “조선기자재 관련 업체 몇 곳이 인건비와 구인난을 이유로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으로의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정부가 조선업을 일종의 국책사업으로 지정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핵심기술진 몇 명만 데리고 공장 자체를 이전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산업계와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 핵심 기술인력 수급을 풀어나갈 수 있는 인재 생태계 기반을 확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에 기업 R&D 관련 인건비의 세제 및 예산 지원 확대 및 요건 추가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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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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