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보상금을 노려 인륜을 저버린 한 가족의 엽기 행보에 중국 사회가 경악하고 있다. 일가친척을 총동원해 보름 동안 결혼과 이혼을 23차례나 반복하며 철거 예정지역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후커우(戶口·호적)를 우후죽순으로 늘렸다가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이들은 형수, 사돈과도 결혼했다고 신고하는 등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과거에도 비슷한 유형의 위장 결혼과 사기 사건이 없던 건 아니지만, 이번 막장 드라마는 해도 너무 했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 저장성 리수이시 공안국은 지난달 19일 여성 석(石)모씨와 남성 판(潘)모씨를 비롯해 이들의 가족과 인척 11명을 사기 등 혐의로 체포했다. 공안에 따르면, 개발을 앞둔 비행장 근처 성중촌(城中村·도시 안의 촌락)에 살던 석씨는 2011년 이혼한 전 남편 판씨와 지난 3월6일 다시 결혼했다. 둘은 이혼 후 왕래가 없었지만, 4월10일까지 이 지역에서 후커우를 갖고 있는 주민은 최저 생계비 이상의 금전 제공과 함께 40평방미터 상당 주택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 공개되자 서둘러 움직였다.
이들은 6일 만에 다시 이혼했다. 한 가정의 경우 부부는 1가구로 계산하지만, 이혼을 하면 부부 각자가 호주가 되기 때문에 2가구로 늘어난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이다. 중국은 지역의 사정에 따라 철거 보상 방식이 다른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존 주택과 토지의 가격에 비례해 보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처럼 호주 자격을 갖춘 인구수에 따라 보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 토지보상법과 물권법은 ‘부동산을 철거할 때 이주 대상자의 거주 조건을 보장하고 생활 수준이 원래보다 더 악화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대원칙으로 규정해 놓았다.
이에 철거 보상을 노린 사기가 극성을 부리다 보니 중국에서 가장 비싼 단어는 철거를 의미하는 ‘철(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후 서류상 결혼으로 법을 농락하며 족보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꼬이는 사기 활극이 펼쳐진다. 3월20일 판은 다시 형수인 탕(湯)씨와 결혼해 6일 후 이혼했다. 판씨는 이혼 후 이번에는 탕씨의 여동생과 결혼했다.
당초 판씨와 이혼하며 사기극의 서막을 열었던 석씨도 가만있지 않았다. 석씨는 전 남편 판씨가 형수 탕씨의 여동생과 결혼하자, 석씨 자신은 탕씨 여동생의 원래 남편과 세 번째로 결혼했다.
심지어 이미 수차례 이혼 경력이 있는 판씨의 아버지는 3월11일 사돈인 리우(劉)씨와 결혼했다. 이번 사기극을 기획한 총책인 그는 일주일새 세 번이나 혼인신고를 올리며 거침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두 집안의 형제자매와 일가친척이 동원돼 23차례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고, 철거 보상지역에 후커우를 옮긴 인원이 13명으로 늘었다.
<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