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독립영화협회는 독립영화의 자료보존과 역사화 그리고 대중화를 위해 영화진흥위원회 후원으로 16편(장편 4편, 단편 12편)의 독립영화를 6종의 비디오로 출시했다. 타이틀은 ‘매혹의 기억, 독립영화’. 같은 이름으로 단행본 출간도 함께 했다.
’매혹의 기억, 독립영화’ 6종(풀색, 진분홍색, 보라색, 파랑색, 셀루리안 블루, 오렌지색)의 비디오에는 독립영화의 시작이라 할만한 서울영화집단의 <판놀이 아리랑>(박광수, 김홍준, 황규덕, 문원립 외, 18분, 1984년), 장길수 감독의 <강의 남쪽>(14분, 흑백, 1980년)에서부터, 장편화의 길을 열며 독립영화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던 장산곶매의 <오! 꿈의 나라>(이은, 장동홍, 장윤현 90분, 1989년), 김태영감독의 <황무지>(90분, 1988년) 그리고 90년대 독립영화운동의 정점이라 할만한 장산곶매의 <파업전야>(장동홍, 105분, 1990년)등의 영화는 물론 독립다큐멘터리의 시작을 알린 김동원감독의 <상계동 올림픽>(27분, 1987년), 한국영화안에서 실험영화의 전통을 만들어가며 고군분투하는 김윤태감독의 (Wet Dream, 15분30초, 1992년), 임창재감독의 (13분, 흑백, 1994년)등 다양한 독립영화들로 꾸며졌다.
이밖에도 이상인감독의 <친구여 이제는 내가 말할 때>(30분, 1989년)와 <어머니 당신의 아들>(84분, 1991년), 김태영감독의 <칸트씨의 발표회>(35분, 1987년)와 <황무지>(90분, 1988년), 서명수감독의 <문>(12분30초, 흑백, 1983년), 김동빈감독의 <그 여름>(35분, 1984년), 조진감독의 <버려진 우산>(12분, 흑백, 1985년), 장동홍감독의 <그 날이 오면>(13분, 흑백, 1987년), 장윤현감독의 <인재를 위하여>(45분, 1987년) 등이 있다.
이들 작품들은 현재 왕성한 활동으로 한국영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일부 감독들의 데뷔작품들로 이들의 영화초기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신선한 기획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독립영화협의회측은 "독립영화 비디오 출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이들에게 앞으로 전진하는 한국독립영화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보며 더욱 굳건히 내딛게 하는 성찰과 반성의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출시의 뜻을 밝혔다.
지난 82년 프랑스 문화원 ‘토요 단편’에서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장길수감독의 <강의 남쪽>은 80년 공사가 한창인 한강 남쪽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개발을 위한 파괴에서 생겨나는 중첩된 기계의 굉음과 인간이 내뱉는 힘겨운 호흡소리의 대립을 통해 이 파괴의 본질을 암시하고 있다. 정지와 운동을 수반한 카메라의 시각은 관객에게 격렬한 흥분과 냉정함 모두를 요구하고 있다.
극단 연우무대의 ‘판놀이 아리랑 고개’공연을 영화로 재구성한 <판놀이 아리랑>은 공연 준비장 스케치-공연장-분장실-공연사진으로 이어지는 영상과 공연실활-인터뷰-연우무대 총평모임을 녹음한 음향이 결합되어 있다.
임창재감독의 는 어떤 남자의 자살에 관한 이야기다. 고전적 내러티브를 배제하고 자살의 원형적인 의미를 추구한다. 이미지로 얘기한다. 진흙 같은 뻘, 발자국, 면도칼, 얼음강이 녹다, 모래더미로 물이 흘러 넘친다. 벽돌 같은 시각 이미지가 지나면 수채구멍 같은 둥근 구멍이 열린다.
김윤태감독의 은 우기 동안에 행해지는 장례의 3일 동안 한 남자가 꾸는 몽환적인 꿈을 그리고 있다. 사멸한 신체와 관능에 대한 집착, 밀실, 폐소에 대한 공포, 억압적인 시대의 징후, 그리고 강박적인 거세와 푸른 심연에 대한 심상들이 선연하게 혼재된다.
장동홍감독의 <그 날이 오면>은 지배와 억압속에 체제의 순응을 강요당했던 한 전경의 과거를 사회의 구조적 모순 안에서 이해하고 이를 영상화한 작품이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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